![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721_687558_2849.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협상 과정에서 관세를 1% 인하할 때마다 보상을 요구하는 단순하고 구체적인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은 당초 계획보다 협상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협상은 한미 협상의 가늠좌가 돌 것으로 보인다.
24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일본 협상단을 직접 만나 “관세를 1%포인트 인하할 때마다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식으로 보상을 요구했다.
그는 쌀 수입 확대, 반도체 투자와 지원 확대,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추가 기여 등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일본 협상단 대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준비해온 협상 카드를 총동원해 대응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이고 단순한 협상 방식에 70분 넘는 면담 끝에 결국 보상안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자동차, 철, 중요 광물 등 9개 분야의 투자 계획과 공급망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6월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으로 합의가 무산됐다.
당시 일본은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고, 대미 투자액도 1000억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거래'를 고집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쌀 수입 확대와 투자액 증액이 불가피하게 포함됐다. 최종적으로 일본은 준비했던 4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5500억달러로 올리며 협상 타결에 응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열쇠는 자동차와 쌀이었다. 윌리엄 추 미국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자동차와 농산물 개방이 백악관의 절대적 우선 사항이었다"면서 "이 두 가지 없이는 합의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일본이 자동차, 트럭, 쌀,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하고 직설적인 협상 스타일이 이번 합의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미국 자동차 산업 공헌도에 따른 차등 관세 부과라는 복잡한 제도를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전했다. 대신 그는 명확한 투자 확대, 수입 확대, 지원 확대라는 ‘거래형 조건’을 선호하며 협상을 이끌었다.
일본이 미국 측 핵심 인사 중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집중 공략한 전략도 주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러트닉 장관과만 15차례 대면·통화 협의를 진행해 협상 막판 돌파구를 마련했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으며, 이 경로를 통해 25% 상호관세 부과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합의를 두고 양국의 해석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 농산물과 공산품 시장을 개방했다”며 미국의 승리를 선언했다.
반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농업을 희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국내 여론을 의식한 메시지를 냈다. 백악관은 일본이 옥수수,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 등 미국산 제품 80억 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하고, 미국산 쌀 수입을 75%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쌀은 무관세로 수입 가능한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내에서만 확대하고, 주식용이 아닌 가공·사료용으로 한정한다고 선을 그었다.
방위산업 투자와 관련해서도 온도 차가 있다. 미국은 일본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방위장비를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방위 예산은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도쿄신문은 “양국이 각자 ‘승리 선언’을 하며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일본은 관세 철폐라는 본래 목표에서 후퇴했고, 미국은 물가 상승이라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협상 타결을 서둘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