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관세 15%' 전격 합의...韓, 30일 막판 협상 촉각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관세 협상 종료 시한인 8월 1일을 닷새 앞두고 EU산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전격 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각)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회동한 뒤 '15％ 관세율'에 합의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서양 무역전쟁은 일단 피했다'는게 주요 외신들 평가다.

28일 연합뉴스 및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해외소식통에 따르면 EU는 관세율을 기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미국에 에너지·방산 구매와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항공기·반도체 장비 등 일부 전략적 품목에 대해선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EU산 자동차도 15％ 관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유럽산 자동차에는 기존 2.5％에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도입한 25％ 품목관세를 더해 총 27.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유럽의 대미 수출 주력 업종인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15% 관세는 최악은 아니라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근거해 향후 의약품과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대해 EU 집행위원장은 15％ 관세율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한 대부분 분야에 적용될 것"이라며 "이것은 분명한 상한선(ceiling)"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품목에 적용 중인 50％ 관세는 계속 부과된다.

EU는 이번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며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연간 2500억 달러씩 향후 3년간 총 7500억 달러(약 1000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할 계획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028년부터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완전히 퇴출하기로 한 EU 계획에 맞춰 추산된 액수"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6000억 달러(약 830조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장비를 구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 막판 무역 협상 30~31일...日·EU 협상 이미 마쳐 긴장 고조

한국은 내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직전까지 막판 협상에 총력전을 펼친다. 일본은 미국과 지난 22일 무역협상을 마쳤고, 유럽연합(EU)도 27일 극적 타결하면서 우리 정부의 압박감은 심해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0일~31일 미국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만나 한국 제조업의 명운을 건 막판 관세 협상을 벌인다.

미국이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8월 1일을 코앞에 두고 펼치는 벼랑 끝 협상이다. 베선트 장관은 당초 지난 25일 예정된 ‘한·미 2+2(재무+통상장관) 통상 협의’를 하루 앞두고 돌연 연기한 바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으로 건너가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무역협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주 미국을 방문해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김 산업장관과 여 통상본부장은 지난 25일 뉴욕의 러트닉 장관 사저까지 찾아가 추가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기존보다 진전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더 높은 수준의 투자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는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살펴보면 미국이 투자받기를 원하는 제조업 분야가 한국이 강점이 가진 반도체 배터리 조선 분야"라며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점을 최대한 레버리지로 협상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조업 공급망 재편 방향에 맞춰 대미 투자 패키지를 마련하되 조선업은 일본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하는 조선·해양산업 부활 프로젝트에 전폭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