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출처=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출처= 연합]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산업군의 총수들이 잇달아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자사 주력 사업의 이해가 직결된 이번 협상에서 자발적으로 정부를 지원하며 대규모 투자와 공급계약을 통해 미국 측의 신뢰를 얻고 협상 타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잇달아 워싱턴DC로 출국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8일, 정 회장은 29일, 이 회장은 이날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미국행은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닌 자발적 결정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정부가 요청한 바는 없으며, 이번 협상은 각 기업에도 중요한 사안이기에 총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이처럼 협상 막판에 직접 움직이는 것은 자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전략적 대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부터 부과된 미국의 자동차 관세로 인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도 직접 교류가 있는 인사로, 지난 3월 루이지애나 철강공장 등 21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을 앞세워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제안에 힘을 실으며 미국과의 조선 협력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아버지 김승연 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공화당과의 탄탄한 인맥을 바탕으로 미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의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회장도 2030년까지 370억달러 이상의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만큼,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과 AI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강조할 계획이다. 특히 테슬라와 22조8천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맺고,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AI6칩 생산에 나선 점은 미국 측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기업들도 관세 협상에 발맞춰 대미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 5조9천억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공장은 미공개 글로벌 제약사가 보유한 cGMP 시설로, 미국 주요 제약 클러스터 내에 위치하고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지난주부터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을 직접 만나며 협상 지원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민간 기업이 쌓아온 미국 내 네트워크는 상당하다”며 “정부가 협상하는 틀에서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협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미국 내 공급계약 체결, 투자 확대, 주요 인사 접촉 등을 통해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의 입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재계 수장들이 한꺼번에 미국을 찾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상의 절박함과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경제에 직결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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