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진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395_689499_488.jpg)
한동안 잠잠했던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2차 상법 개정안이 불을 지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기간 중인 21~24일 본회의를 열고 '2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및 의결권 3% 제한,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등 내용이 담긴 1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문제는 2차 개정안이다. 1차 개정안의 연장선상이지만 강도는 더 세졌다.
2차 개정안의 핵심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우선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감사위원은 이사와 함께 한꺼번에 선출됐는데, 오너 일가 등 최대주주의 영향력에 있어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3%룰 적용을 통해 의결권을 일정 부분 제한해서 대주주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포함돼 있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 입장에서는 3%룰 확대 적용으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감사위원회 구성원 및 이사회 임원 과반 확보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한 자리는 한진칼이 차지하더라도 과반을 확보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게 되면 내부 정보 열람 및 경영진 의사결정에 대해 감시·견제당할 수 있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장담하기 어렵다. 때문에 기존 주주들과 나머지 자리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집중투표제 적용도 부담이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소액주주가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결국 향후 한진칼 경영권은 '표 전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칼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는 이유다.
특히 조 회장 측 직접 보유 지분이 20% 초반에 불과하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현재 한진칼의 우호지분은 미국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 등을 포함해 약 46%로 인식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판이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 행보가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출자금 회수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형태로 공개 입찰 방식을 택할 것이란 관측되는데 이 경우 최고가를 써낸 원매자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던 사모펀드 보유 지분도 경영권 향배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유진 그로쓰 스페셜오퍼튜니티 일반사모투자신탁 1호'와 '대신 코어그로쓰 일반사모투자신탁'이 보유한 지분은 약 9%로 각각 4.9%, 4.1%를 들고 있다. 모두 만기가 없는 개방형 펀드이다. 한진칼에 투자한 기업들은 10여개 기업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물류기업 LX판토스가 3.8%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것을 비롯해 이마트가 2.4%, 야놀자가 1.92%, GS리테일 1.5%, 현대오일뱅크 1.2% 등으로 한진칼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영원무역, 한일시멘트, 효성 등도 1% 안팎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조 회장과 사적 친분·사업상 협력 관계로 얽힌 곳으로 파악되지만 확실한 우호지분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차익 실현을 위한 매각 물량도 시장에 나올 수 잇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측이 단기적으로 자금 확보 및 주주환원을 통한 소액주주 표심 확보에 공을 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한 ‘그랜드 하얏트 인천’ 웨스트타워 매각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2023년 한진칼 ESG 보고서에 의하면 인천 하얏트 호텔의 자산 가치는 약 5539억원, 연 매출은 771억원 수준으로 매각이 성사되면 호텔 자산 정리 작업도 마무리된다.
이와 함께 앞서 2월 한진칼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별도기준 조정 순이익(일회성 경상이익을 제외한 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중장기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결산배당일을 유연화해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충분한 배당여력 확보를 위해 영업이익률 6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은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영권 유지에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