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992_690193_3748.png)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판도가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무기한 선물은 현물 대비 월등한 거래량으로 이미 전 세계 가상자산 파생시장의 주력 상품이 됐지만, 한국은 제도 부재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유동성 유출과 경쟁력 약화를 감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코빗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전 세계 무기한 선물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규모는 65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23년 중반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기준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약 4300억 달러로 CME 비트코인 선물(약 1650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2023년 이후 무기한 선물 거래량이 현물 대비 6~12배를 유지하고 있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가 없는 파생상품으로 투자자가 장기간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다. ‘펀딩비’라는 가격 수렴 장치를 통해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를 조정하며 차익거래와 변동성 헤지가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는 시장 유동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은 이미 제도화 논의를 본격화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올해 4월 무기한 선물 제도화 가능성에 대한 공개 의견 수렴을 진행했고, 코인베이스는 규제에 맞춘 ‘무기한 스타일 선물’을 출시했다.
무기한 선물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도화 과정에서 법적 지위의 회색지대와 리스크 관리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무기한 선물은 선물과 스왑의 속성을 동시에 지니지만 미국 상품거래법상 ‘미래 시점 인도’라는 정의와 일치하지 않아 CFTC의 유권해석이나 의회의 법 개정 없이는 현재로서 명확한 규제 적용이 어렵다.
또한 전통 선물시장은 중앙청산소 기반 상호보증 구조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지만 무기한 선물은 거래소가 자체 운영하는 실시간 증거금·자동청산 메커니즘에 의존한다. 여기에 24시간 거래와 고레버리지가 더해져 급변 시 ‘연쇄 청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美 제도권 편입 속도…韓 발 묶인 채 유동성 유출
그럼에도 미국은 규제 샌드박스, 제한적 라이선스 부여 등 유연한 관리 방식을 검토하며 위험을 통제하는 동시에 혁신을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무기한 선물이 가격 안정성과 시장 유동성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은 현행법상 가상자산 기반 파생상품이 사실상 전면 금지돼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거래소에서 외부로 이전된 가상자산은 96조9000억원이며, 이 중 75조9000억원이 해외사업자나 개인 지갑으로 이동했다.
이는 차익거래·헤지 수요가 국내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해외로 유출되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거래소 경쟁력 저하와 위험관리 기술 축적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향후 국내에서 제도화된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이 운영될 경우 이러한 유동성을 국내로 환류시켜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병행해 무기한 선물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시장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 투자자 위험을 키울 수 있어 감독 기반의 점진적 편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무기한 선물은 현물 시장과의 차익거래를 통해 가격 괴리를 축소하고, 시장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제도 밖으로 밀려나 있는 가상자산 파생상품 영역에 대해 제도권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의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