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고채'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출처= 최수진 기자]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고채'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출처= 최수진 기자]

“단기 국고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필수 조건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본시장연구원이 11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앞서 단기 국고채 발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것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도입돼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미국의 GENIUS법 등이 도입되는 등 새로운 규제가 계속 마련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자산과의 교환 비율을 고정한 디지털 화폐로, BIS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22년 1250억 달러에서 올해 5월 2550억 달러로 성장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성장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가상자산 거래의 증가가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종류는 170개에 달하지만 현재 USDT와 USDC가 전체 거래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경제 시대에 원화 활용도를 제고하고,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우리 통화 주권 약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금융시장의 긍정적·부정적 요인이 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고 가정할 때 안정성과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명확한 정의와 분류체계 △발행자 자격요건 △사용자 보호 장치 △준비자산 요건 등이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지불 안정성과 가치저장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준비자산 요건과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상품이 적절히 마련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GENIUS법과 EU MiCA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세부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USDT와 USDC와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은 대부분 단기 국채나 단기 국채 관련 금융투자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고채'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고채'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단기 국고채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재정법상 모든 국채의 발행 및 상환에 대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발행액을 기준으로 국회 승인을 받고 있다. 단기 국고채를 도입하면 국채 잔액이 동일하더라도 차환 등으로 발행액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채권시장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들은 단기 국채 발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단기 국채를 활발하게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고채가 2년물, 3년물, 5년물, 10년물, 20년물, 30년물, 50년물로 발행 중이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 국채는 정부의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해소할 수 있고 장기 국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아 정부의 조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자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단기 국채 시장은 스테이블코인 규모 확대에 따른 준비자산으로 단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단기국채 발행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단기채와 비슷한 효과를 보기 위해 2년물을 도입했지만 장기채가 지속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채시장이 발달한 나라 중 우니라가 평균 국채 만기가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단기 국채가 없는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는 무위험채권 자산들을 보면 △재정증권 △잔존만기 3개월 이내 국고채 △통안증권이 꼽힌다.

그는 “재정증권의 경우 탄력적인 발행에 제약이 있고 연말에 전액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자산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잔존만기 3개월 이내 국고채의 경우 지난 10년간 초단기 경과물 국고채의 평균 잔액을 보면 전체 국고채 잔액 중에 평균 1.8%에 불과하고, 잔존물의 경우 대부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준비자산으로 편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안증권의 경우 다양한 만기로 발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기 국채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최근 통안증권의 발행 비중을 보면 단기물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2년물, 3년물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단기 무위험채권인 통안증권은 발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며 “통화와 관련해 유동성 조절 필요 규모가 줄었고 경상수지 흑자 감소 등으로 외화 수급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통안증권 발행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안증권을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으로 편입하는 데에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단기 국고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 국고채를 도입하는 방안으로 김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국가재정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지만 1년채의 경우 국회만 착시 효과를 받아들이고 승인한다면 1년물 도입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초단기 국고채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경우 국채 관리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1년물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만기를 다양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단기채 수요는 증가할 것이고, 이 외에도 MMF, 연기금의 단기자금 운용 등으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엄격한 준비자산 기준에 맞는 자산이 마련돼 있지 았기 때문에 시급히 단기 국고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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