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미국 하원이 17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감독 체계를 담은 ‘지니어스법안(Genius Act)’을 통과시키며 디지털 통화 질서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18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에서 열린 ‘2025년 하계 공동학술대회 - 디지털자산 시장 현황과 주요 법적 과제’ 첫 번째 세션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금리 정책을 무력화하고 자본 이동 규제를 뚫을 수 있다는 경고 속에, 동시에 원화 국제화의 새로운 실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금리 정책의 무력화, 외환시장 통제 붕괴, 투자자 보호 공백이라는 리스크와 동시에 원화 국제화의 새로운 실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교차시켰다.

먼저 민간의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고 있는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발제자로 나서 이들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닌 ‘정책 영향력’을 가진 통화 유사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경고했다.

김 대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이 미국 M2 유동성의 1%를 넘어섰다”며 “은행 외부에서 형성된 유동성이 통화정책의 전파 경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경제 영역까지 확산되면 기준금리를 매개로 한 중앙은행의 조정 능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며 “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 경우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한 해외 실시간 거래로 자본 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환율 형성에도 예측 불가능한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금리·환율·유동성을 각각 대응하던 전통 정책 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이제는 초국경적 통화 시스템을 기술 기반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도 환율도 안통해”…스테이블코인이 흔드는 전통정책

이정수 한국금융연구원 센터장은 시장에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법적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을 짚었다.

이 센터장은 “국내 스테이블코인 분기 거래규모는 60조원에 달하지만, 유통되는 대부분은 해외 발행 코인으로 투자자 보호에서 사실상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자산 거래의 사실상 기반 통화로 작동하고 있지만 발행 주체에 대한 규제가 없고 국내 기준도 부재한 상태”라며 “이 상태에서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 안정성과 법적 보호 체계 모두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국내 발행자뿐 아니라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규제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환 변호사(업라이즈)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법적 공백과 현행 법률체계의 한계를 인정하며 미국의 ‘지니어스법’ 사례처럼 독립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미국 하원을 통과한 ‘지니어스법안’을 언급하며 “이제 미국도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통화’로 인정하고 규제 대상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아니어도 발행할 수 있지만 그만큼 준비금 적정성, 수탁 구조, 상환권 보호 등에서 은행 수준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우리 역시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으로 포섭하기보다는 별도 단행법을 제정해 발행자 인가제, 회계처리 기준, KYC·AML 체계를 독립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회로서의 스테이블코인”…외환시장 구조개선 실험 제안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화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보는 시각도 제시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외환시장 구조 개선의 ‘실험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은 세계 6위 무역국임에도 원화 결제 비중은 2.7%에 불과하며,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도 원화는 SDR 바스켓은 물론 교환성 통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외환시장 구조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어렵다”며 “특정 산업의 B2B 무역 거래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제한적 국제화를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제한적 외환시장 구조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특정 산업 간 무역결제 테스트에 활용하면 기술 기반의 원화 국제화 실험이 가능하다”면서도 “이러한 실험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의 발행·유통·소각 구조, 중앙은행 기준에 연동된 환율 기준, 통제 가능한 유통 채널 등이 모두 갖춰져야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통화 기능을 수행한다면 한국은행이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방향을 묻는 현장 질문도 나왔다.

최승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총 발행량을 제한해야 하는가, 인가권을 가져야 하는가, 아니면 통화량 관리 체계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가”라는 정책적 의문과 함께 “민간 사업자가 리워드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은행업 행위가 아니냐”는 구조적 질문도 제기했다.

이에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위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부터 먼저 구축돼야 하며, 특정 산업 간 B2B 결제에 한정한 제한적 실험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기술 구조와 유통 특성을 고려한 통화량 통제 포인트, 기술적 통제 장치, 외환 정책상 대응 구조를 병행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좌장을 맡은 강영구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이날 논의의 흐름을 정리하며, 정책·법제·시장 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는 시간문제”라며 “통화주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민간 혁신을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출처=법무법인 광장]
[출처=DA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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