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4319_690592_4455.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환율이 다음 정책 변수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 즉 원화 가치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트럼프 2기 달러 약세 시나리오 점검 및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위해 고율 관세와 함께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연방준비제도 임시 이사로 지명한 스티븐 미란 CEA 위원장이 제안한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 구상에 주목했다. 이는 관세 협상과 환율 협정을 연계해 달러 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1985년 G5의 플라자합의에서 착안한 모델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원/달러 환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다만 보고서는 마러라고 합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각국 통화가치 절상은 수출경쟁력 약화와 경기 둔화를 초래해 중국, EU 등 주요국이 동참할 유인이 적다는 이유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불확실한 무역정책은 통화협정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마러라고 합의 또는 주요국 통화 절상을 요구할 경우, 우리 수출입 구조는 영향을 받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액은 0.25% 감소하고 수입액은 1.31% 증가한다. 수출기업은 원화 수익성 방어를 위해 달러 기준 수출가격을 인상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수출물량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반면 수입은 원화 환산가격이 낮아져 물량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환율 하락은 원자재 수입단가를 낮춰 생산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원/달러 환율 10% 하락 시 전체 생산비용은 평균 3.0% 감소했으며, 제조업은 4.4% 줄었다. 특히 석탄·석유제품(7.2%), 1차 금속제품(6.0%)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서 절감 폭이 컸다.
한편 환율 변동성 확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이 1%포인트 커질 경우 수출물량은 1.54% 감소했다. 불확실성 증대로 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환헤지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마러라고 합의가 아니더라도 미국이 통화 강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 하락에 대비해 통화스와프 확대 등 외환시장 안정장치를 강화하고, 수출기업의 환리스크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