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열린 '2024 이천포럼'에서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출처=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열린 '2024 이천포럼'에서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출처=SK그룹]

재계 주요 그룹들이 하반기 운영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T)'을 내세우며 미래 경쟁력 확보와 본원적 체질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SK그룹은 오는 20일까지 '이천포럼 2025'에 돌입했으며, GS그룹은 지난달 주요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전략회의를 열어 기술 기반 사업 전환과 실행력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양 그룹은 기술 중심 전략·계열사 협업·실행력 강화라는 공통 키워드를 바탕으로 실행 방안을 구체화, 재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2017년 최태원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 그룹 차원의 변화 추진 플랫폼 필요성을 제안하며 출범시킨 이천포럼을 개최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이천포럼은 SK그룹의 대표 변화추진 플랫폼이다. 최 회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 및 구성원들은 오는 20일까지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AI 혁신, DT, SK고유 경영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실천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의 핵심 주제는 'AI'와 'DT'로,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계열사 경영진 250여 명이 참여해 △대한민국 AI 산업 생태계 활성화 전략과 SK의 역할 △AI/DT 기반 산업 현장 혁신 사례 △AI 기반 일하는 방식 변화 추진 사례 등을 중심으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한다.

첫날 일정은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이 오프닝을 맡아 AI가 산업 전반에 불러올 변화와 HBM(High Bandwidth Memory) 글로벌 성공 배경을 설명하며, SK 수펙스(SUPEX, Super Excellent Level) 정신과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곽 사장은 지난 2016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갑작스러운 죽음(Sudden Death)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지난 몇 년은 이 말씀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입증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SK그룹 특유의 '수펙스(SUPEX·Super Excellent Level)' 추구 정신도 강조했다. 곽 사장은 "수펙스는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지향한다는 그 자체의 뜻을 넘어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을 지속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수펙스 추구 정신이 오늘날의 SK를 만들고 앞으로의 SK를 만들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미국 CSIS 한국석좌 빅터 차, 아시아소사이어티 징 첸 소장이 온라인으로 참석해 국제 질서 변화와 한국 기업 대응 전략을 기조 연설했다. 또 SK텔레콤 주도 AI 스타트업 연합 'K-AI 얼라이언스' 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AI 생태계 구축 방안을 제안하고, 딕비(DigBI) 컨설팅과 스윗(Swit) 등 스타트업이 AI 자립 방안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전략을 공유했다. IBM 모하마드 알리 부회장은 AI/DT를 활용한 제조 현장 생산성 향상 사례를 발표했고, SK멤버사들도 각 사 제조 현장 AI 적용 방안을 소개하며 실무적 실행 포인트를 점검했다.

SK는 포럼 첫날과 둘째 날 워크숍을 통해 구성원 중심의 ‘AI 기반 일하는 방식 혁신 성과와 과제’를 집중 점검한다. 주니어 경영그룹의 젊은 전문가들은 AI/DT 기반 업무 혁신 성과와 조직문화, 제도 개선 방향 등을 공유하며, 구성원들이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행 방안을 논의한다. 

둘째 날에는 각 멤버사별 워크숍에서 운영개선과 SKMS 실행력 강화, ‘지속가능한 행복’ 등 조직문화 개선 전략도 다뤄진다. SK는 지난해 운영개선 1.0으로 재무 구조 안정화에 주력했다면, 올해 운영개선 2.0을 통해 마케팅 포함 전반적인 운영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출처=GS그룹]
허태수 GS그룹 회장. [출처=GS그룹]

GS그룹의 경우 지난달 허태수 회장이 주요 계열사 임원을 소집, 미래사업 전략과 핵심 실행 과제를 점검했다. 기술을 전략의 중심에 두고 사업 전환을 추진토록 강조한 것이 이번 소집의 핵심 목적이다.

회의에선 정유화학·에너지·유통·건설 등 GS 주력 사업군 임원 150여 명이 참여해 상반기 성과를 되짚고,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 속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특히 허 회장은 AI 기술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공정 최적화·로보틱스 통합 등 피지컬(Physical) AI 활용 방안을 설명하며, 양자컴퓨팅 등 미래 핵심 기술을 통해 산업 판도를 바꿀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GS는 독자적 AI 내재화 플랫폼 '미소(MISO)'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고, AI 기반 디지털 서비스 개발과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허 회장은 "기술 변화에 둔감하다면 임원 자격이 없다"며 임원들에게 실질적 사업 전환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전략적 M&A 및 벤처 투자 등 그룹 차원의 신성장 기반 확보에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양 그룹 모두 AI와 DT를 중심으로 기술 투자와 계열사 협업, 실행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속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공통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반기에는 국내 산업 생태계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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