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SK증권, iM증권, 다올투자증권 사옥 전경. [출처=각 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190_691594_4649.jpg)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에 짓눌려 지난해 적자를 냈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해는 뚜렷한 반등에 성공했다. iM증권, 다올투자증권, SK증권이 나란히 흑자전환을 이루며 구조적 체질 개선과 시장 환경 개선의 결실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PF 의존도가 70%를 넘을 만큼 편중돼 있던 이들 회사는 대규모 충당금을 소화하고 정상적인 영업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국면으로 돌아서며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iM증권은 541억원, 다올투자증권은 319억원, SK증권은 1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모두 적자를 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단순한 수치 회복이 아니라 각사가 지난 2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거쳐 체질을 바꿔낸 결과라는 점에서 시장은 이번 성과를 주목하고 있다.
다올·iM·SK, 실적 반등으로 ‘흑자전환 트리오’ 완성
먼저 다올투자증권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반기 흑자를 기록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자회사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주효했다. 이번에는 영업 기반만으로 상반기 319억원의 흑자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회사 측은 채권영업과 트레이딩 부문이 상반기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부동산 PF 부문에서는 충당금 부담이 크게 줄었고 일부 환입까지 반영되면서 손익 구조가 개선됐다. 그간 집중해온 리스크 관리의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단순한 ‘반짝 흑자’가 아닌 구조적 회복의 신호라는 평가다.
iM증권은 상반기 5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적자에 빠져 있었으나 올해 1분기 274억 원의 흑자를 시작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2분기까지 그 흐름을 이어가며 상반기 전체 실적을 흑자로 마무리했다.
특히 오랫동안 적자에 시달리던 리테일 부문은 영업점 통폐합과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로 올해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IB 부문에서도 성과가 눈에 띄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B 부문 세전이익은 7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870억 원에서 극적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외에도 리테일·홀세일 부문 세전이익은 75억원, 자산운용 부문은 205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 부문에서 개선세가 뚜렷했다. iM증권이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체질을 바꿔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K증권도 상반기 15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냈던 IB와 자기매매 부문이 올해는 각각 389억원, 162억원의 순이익으로 돌아서며 전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서 고유재산 투자이익과 관계회사 지분법 이익이 늘어나며 손익이 개선된 것이다.
ESG 경영 체계 강화 역시 눈에 띄는 전략이다. 회사는 국제지속가능성공시기준(IFRS S2)과 TNFD를 반영한 ‘2025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며 시장에 투명성과 안정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PF 리스크 완화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PF 충당금 쇼크 해소…정상 영업이익 반영 시작
세 회사가 공통적으로 겪었던 위기는 PF 충당금 부담이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 신뢰가 흔들리며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됐고, 금융당국은 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비용이 단기간에 반영되면서 실적이 크게 훼손됐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면서 더 이상 비용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됐고 올해부터는 본업 수익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아울러 채권, 리테일, 자산운용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과거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구조에 의존했던 PF 영업에서 벗어나 중개 중심의 보수적 영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분양시장 회복 속도가 더디고 거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충당금 부담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난 이들 증권사는 이제 기민한 시장 대응과 보수적 영업 전략을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체질로 바뀌었다.
iM증권은 질적 성장과 자본 효율성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고, 다올투자증권은 리스크 관리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SK증권은 자산관리 부문에서 영업망을 확대하며 대형 금융센터 출범을 준비하는 등 고객 접점을 넓히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계는 이들의 이번 상반기 실적 개선이 단순히 적자에서 벗어난 회복이 아닌 구조적 체질 개선을 통해 본격적인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과정이라 보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이 보여준 채권영업 중심의 흑자, iM증권의 전사적 부문 개선, SK증권의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ESG 전략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PF 중심의 불안한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보수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로 돌아섰다는 점에서다.
시장은 이들 중소형 증권사가 다시 위기를 맞더라도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췄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상반기 흑자가 단발적 반짝 실적에 머무를지, 아니면 본격적인 성장 궤도의 출발점이 될지는 하반기 시장과 경영 전략의 실행력이 가를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PF 충당금 부담이 해소되면서 올해 실적은 정상적인 영업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됐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와 수익 다변화에 성공한다면 단기 반등을 넘어 장기적인 성장 기반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