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371_691805_950.jpg)
국내에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금융권에서 분주하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은행과 카드업권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증권사들은 다소 관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21일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상당수의 금융사들이 원화(KRW)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한 상태다.
특히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 iM금융지주, OK금융그룹 등 금융그룹 외에 은행의 상표권 출원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사는 물론 IBK기업은행·수협은행·경남은행·부산은행·제주은행 등 국책은행 및 지방은행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역시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관심을 내비쳤다.
카드업권에서도 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 등 7개 회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반면, 증권업계와 다른 금융업권의 스테이블코인 관심에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진다. 지난 20일 기준 국내 증권사 중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한 곳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 5곳에 그치고 있다.
물론 상표권을 출원한다고 해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상표권을 출원하지 않았다고 해서 관련 사업 진출 의지가 없다는 뜻도 아니다. 실제로 아직 상표권을 출원하지 않은 증권사 중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상표권 출원부터 실제 등록까지는 보통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상표권을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증권업계가 다른 금융업권 대비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신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증권업계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다소 신중한 이유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투자·헤지수단으로의 성격보다 실생활 결제·송금 등의 지급 인프라 혁신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명확인을 통한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구조 정착으로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거래수단보다 실물경제 내 결제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이고, 원화가 국제 결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의 보유 수요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에 출석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관련해 “화폐에 프로그램 기능을 넣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꼭 필요하지만, 은행부터 도입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방향이 투자가 핵심인 증권업계와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가 토큰증권(STO) 시장 개화에 대비해 일찌감치 관련 조직을 꾸리고 준비를 해왔지만, 해당 법·규정이 완비 되지 않으면서 토큰증권 시장 개화가 지지부진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아직까지도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디지털 자산 시장이 커지는 것은 필연적인 만큼 스테이블코인 관련 준비는 하겠지만 제도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신중한 것과 달리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은행업권보다 증권업에 긍정적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형성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활성화됐다고 가정했을 때, 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지위 획득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수신기반 약화, 이자 및 수수료 수익 감소 등 부정적 영향 폭이 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증권업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중립적이나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며 ”현재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익모델과 스테이블코인의 직접적인 연계성은 낮지만 토큰증권 시장의 확산과 맞물릴 경우 다양한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신규 사업영역 확대 및 수익기반 다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