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894_695914_4411.jpg)
사상 최대 증시 호황에도 증권사 신용등급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대형사는 발행어음·IMA 등 신사업 확장을 발판으로 상향 기대를 키우는 반면 중소형사는 부실 정리와 규제 부담 속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17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사 가운데 일부는 안정적인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유지될 경우 신용등급 상향 검토가 가능하다.
현재 대형 증권사의 신용도는 AA급(AA+, AA, AA-)에 분포돼 있으며 자체 신용도 최고 수준은 ‘aa’다. NH·삼성·KB·한국투자·미래에셋이 ‘aa’, 하나·신한·메리츠·키움·대신이 ‘aa-’로 평가된다. NICE신용평가는 이 중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이 지속되는 일부 증권사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형사의 강점은 자본력이다. 발행어음을 통해 단·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금융·해외투자·부동산 금융까지 운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형사는 발행어음 운용으로 약 340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양호한 신용도와 지주사 지원에 힘입어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도 이뤘다.
사업환경 역시 대형사에 유리하다.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에 나서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발행어음 만기를 1년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IMA 제도가 도입되면서 우호적 환경이 강화됐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은 이미 인가 신청을 마쳤고 연내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삼성·신한·키움·메리츠·하나증권도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예리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대형사에 유리한 사업환경 속에서 peer 대비 우수한 실적을 지속할 경우 신용도 개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사, 자본력 취약해 신용등급 하락시 치명적
반면 중소형사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조달 수단은 단기 RP매도에 치중돼 장기 운용이 어렵고 부동산PF 의존도는 높은 반면 자본 여력은 부족하다. NCR(순자본비율) 조정, 유동성 규제 강화 등 제도 변화 역시 자본력이 약한 회사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곽노경 NICE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 금융평가1실장은 “중소형사는 자본력이 취약해 규제 변화에 더 민감하다”며 “부실 정리와 자본 확충이 지연될 경우 등급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 회복세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단순 연율화하면 대형사 10곳 중 7곳(NH, KB, 한국투자, 신한, 메리츠, 키움, 대신)이 2021년 사상 최대 이익을 웃돈 데 비해, 중소형사 17곳 가운데 당시 수익성을 회복한 곳은 신영·교보·케이프·리딩 등 4곳에 불과했다.
특히 부동산PF 의존도가 높고 수익원 다변화에 실패한 회사일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금융 위축과 동종업체 대비 열위한 자본 적정성을 반영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A/Negative에서 A-/Stable로 낮아졌다.
문제는 신용등급 하락이 곧바로 조달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형사에는 더욱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도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발행어음 조달에 불리할 수 있겠지만 중소형사는 자금력이 취약해 그 충격이 곧바로 존립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리 인상분이 연간 영업이익의 10~20%를 잠식할 수 있어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NICE신용평가는 앞으로 신용평가에서 단순한 실적이나 업황만 보지는 않을 방침이다. 포트폴리오 질, 자본 완충력, 위험 관리 능력, 변화 대응력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사 역시 발행어음 조달 구조, 부동산 익스포저, 만기 불일치 등 잠재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대형사의 순자본비율은 평균 1665%로 규제비율을 크게 웃돌지만, 실질 위험을 반영한 조정순자본비율은 일부 회사에서 낮아지는 흐름을 보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모니터링 요인으로는 발행어음과 IMA 승인 여부, 부동산PF 규제 개편, 유동성비율 변화 등이 꼽힌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 손실도 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증시 호황은 증권업계를 두 갈래로 나누고 있다”며 “대형사에는 신용등급 상향의 기회가, 중소형사에는 하락 압력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변화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증권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향후 격차는 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