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증권]](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327_700996_71.jpg)
삼성증권이 8년여 만에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 취득 기대감을 키우며 경쟁사 대비 아쉬웠던 IB(투자은행)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장기간 발목을 잡았던 대주주 리스크가 드이어 해소되면서, WM(자산관리) 명가로 꼽혀온 삼성증권이 IB 날개까지 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7월 1일 금융당국이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개시한 첫 날부터 신청서를 제출할 만큼 발행어음 사업에 의욕적인 모습이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으로 단기 어음을 발행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기업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벤처투자 등에 투자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1년 이내 단기 발행어음 상품은 고객에게 원금과 약정된 이자 수익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자체 신용이 중요한 요소다.
삼성증권은 2017년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서면서 초대형 IB 지위를 획득했으나 발행어음 인가는 받지 못했다. 대주주인 이재용 회장이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이후에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사법 리스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7월 대법원에서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삼성증권이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진출하기 어려웠던 발행어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WM 명가로 꼽히는 삼성증권에게 발행어음 시장 진출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업계 최초로 자산 30억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5000명 넘게 보유하고 있다. 자산 1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들도 30만명이 훌쩍 넘는다.
이러한 리테일 고객들을 바탕으로 삼성증권은 브로커리지 및 WM 수수료 수익이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으나 IB 부문에서는 성장세가 다소 더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분기 실적과 관련해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와 WM 부문은 시장 상승 흐름이 실적에 반영됐지만 트레이딩 부문에서는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을 시현했다”고 판단했다.
3분기 실적 전망에서도 증권가에서는 브로커리지와 WM 부문에서 성장에는 이견이 없지만 IB 부문 등에서는 실적을 방어하는 수준의 성과를 예상하고 있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 WM 수수료수익은 증가할 된다”며 “IB 및 기타부문은 부동산PF 시장 부진에 따라 전분기 대비로는 감소하나 인수금융 딜 확대가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브로커리지 관련 손익 증가가 실적 성장의 주된 배경”이라며 “IB 부문은 ECM과 DCM에서 빅딜은 없었으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딜을 주선하며 전분기 대비 0.9% 증가한 수준으로 방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발행어음 사업에 적극적인 한국투자증권이 상반기 순이익으로만 1조원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처럼 발행어음 사업 진출로 삼성증권은 고른 이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WM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행어음 사업을 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등의 상품을 통해 WM 고객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미 WM 고객 규모가 큰 삼성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보다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인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기업대출·인수금융·딜 소싱·공동주선 등에서 기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관건은 운용 철학과 리스크 관리다. 삼성증권은 비교적 안정적인 운용을 추구해왔는데, 발행어음을 통해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약정한 이자보다 더 높은 이익을 거둬야 한다. 이율이 높은 투자자산은 그만큼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리스크 자산에 대한 투자 전략과 의지가 중요하다. 기존의 다소 보수적인 운용정책이 이어진다면 발행어음 인가를 받더라도 성과 속도와 수익성 곡선은 변동 폭이 작게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게 된다면 초기에는 유동성·채권형 운용 비중을 높여 조달·운용 스프레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WM 기반 리테일 판매 채널을 활용해 조달 저변을 넓힌 뒤, 내부통제·스트레스 테스트 트랙레코드를 쌓아 비시장성 자산·기업금융 익스포저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계단식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변수가 남아있다. 삼성증권이 금융감독원의 거점점포 검사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일부 PB들과 관련해 불건전 영업행위 등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이슈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금감원이 어떤 제재를 내리는지에 따라 발행어음 인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무 일부 영업 정지 등의 중징계가 나오게 된다면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발행어음 인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고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인가 1순위로 꼽혔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거점점포 검사로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며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전환을 목표로 기업금융 역량 제고에 힘쓰고 있기 때문에 일부 유예가 있는 인가가 나올 수도 있어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