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신한투자증권]
[출처=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내부통제 리스크를 털어내면서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이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난해 1300억원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관리자(LP) 손실 사고에 대해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재무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해야 함은 물론 대주주 요건, 신용 요건 등을 갖춰야만 한다. 신한투자증권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기관경고 처분은 중징계로 분류되지만 ‘일부 영업정지 이상’의 제재로 이어지지 않은 만큼 단기금융업 심사에 법적인 결격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감독당국이 어떻게 결과를 내릴지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당장 수면 위에 올라온 결격 사유는 없다는 점에서 업계는 신한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진출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말 별도기준 5조5277억원의 자기자본을 기록한 만큼 발행어음 인가를 받게 되면 자기자본 200%(11조원) 내에서 발행어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발행어음 진출 시 기대효과는 뚜렷하다. 우선 단기어음 조달을 통해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향후 기업금융 및 운용사업 확대의 기초체력이 강화된다.

신한금융그룹 내 은행·카드·보험 등과의 시너지를 활용해 개인·법인 단기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 자산관리 브랜드 ‘신한 Premier’ 산하 채널을 통해 거래되는 고객 자산이 200조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신한은행과 협력해 ‘신한 Premier’ 고객에게 금융·비금융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신한 Premier 패스파인더’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은행과 증권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맞춤형 자산관리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자산관리 솔루션에 발행어음 상품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다.

탄탄한 신용등급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의 자체 신용으로 단기 어음을 발행하기 때문에 투자자 신뢰와 직격되는 부분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신한투자증권의 레버리지 비율 개선과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 강화와 디지털 투자가 향후 이익 변동성을 완화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약정한 이자보다 더 높은 이익을 거둬야 하는데, 결국 리스크 자산을 적절히 잘 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2028년까지 중소·벤처기업, VC, 신기사, P-CBO 매입, A등급 이하 채무증권(대기업 계열사 제외), 중견기업, 상생결제, 코스닥벤처펀드, 하이일드펀드, 소부장펀드, 모태펀드 투자 등 모험자본을 총자산에서 수신자금의 25%까지 늘려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은 그동안 글로벌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왔고 투자 원금 대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엑시트한 트랙레코드를 지속적으로 쌓아왔다.

최근 모바일 및 디지털 경제 전반 인텔리전스 분야 선도 기업인 센서타워에 대해 전략적 투자를 집행했고 이에 앞서 글로벌 GPU 클라우드 기업 람다, 미국의 AI 애드테크 기업 몰로코와 데이터센터 조립 자동화 솔루션 기업 브라이트 머신즈 등에도 투자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알보테크도 565억원을 투자해 평균 수익률 42%라는 성과를 달성하며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한 바 있다. 2021년에 투자한 미국 AI 머신러닝 기반 광고 자동화 서비스 기업 몰로코에 약 2000만 달러 규모로 투자를 진행했고 올해 상반기 투자원금의 2.5배 이상에 달하는 수익률로 전량 회수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오랜 기간 누적해 온 글로벌 에쿼티 운용 경험과 네트워크가 빛을 발한 결과로 향후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경우에도 유동성을 다양하게 투자·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이 35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4% 증가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별도 당기순이익이 2329억원으로 업계 9위에 그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적극적인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던 만큼 실적에서 다소 아쉬운 신한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이익 축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에서 견조한 이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인 만큼 얼마나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모험자본 투자시 편입되는 자산들의 위험가중치가 높을 경우 그룹 CET-1(보통주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도 천상영 신한금융그룹 재무부문 부사장이 “기업금융 중심의 자원 배분 확대 기조를 이어가며, 적재적소의 자금 공급과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통해 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금융의 본연적 역할을 선도적으로 수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발행어음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는 것도 신한투자증권의 향후 과제다. 1300억원대 손실에 대한 제재 수위가 확정되며 일단락되는 모습이지만, 신한투자증권은 2019년 라임 옵티머스 사태로 초대형 IB 지정을 받아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으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1300억원 손실 이후 신한투자증권의 지휘봉을 잡은 이선훈 대표는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는데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전사 임원들과 경영전략회의에서도 “내부통제는 회사 생존을 위한 필수적 소양”임을 재차 당부했으며, 최근에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통제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한 ‘내부통제 화이트해커’ 운영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다각적으로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00번을 잘해도 한번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면 신뢰가 크게 훼손된다”며 “훼손된 신뢰는 다시 회복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만큼 꾸준히 시장과 고객에게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끈기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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