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EBN]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EBN]

하반기 증권업계의 초점은 자본 확충과 함께 급성장 중인 새로운 조달수단의 리스크 관리에 맞춰지고 있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IMA(투자관리계좌)와 발행어음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조달 구조의 장기화·다각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고위험 자산 노출에 따른 잠재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MA는 발행어음보다 조달 기간이 길어 운용자산의 안정적 확충이 가능하다. 이는 증권사의 장기 성장 기반과 자본 건전성 강화에 기여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IMA 계정과 발행어음 사업 확대를 위해 수천억~수조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을 공격적으로 확충했다. 이는 외형 성장뿐 아니라 신용도 개선에도 긍정적인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단순한 자본 확충이 신용도 개선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NICE신용평가는 “조달된 자금이 어디에 투입되는지에 따라 리스크가 크게 달라진다”며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부여된 만큼 고위험 자산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투자 자산 회수가 지연되거나 증권사 간 조달 경쟁이 심화돼 운용·조달 간 만기 불일치가 확대될 경우 유동성 리스크와 평판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자본 확충 이후 과도한 위험 인수가 이뤄질 경우 자본적정성 관리에도 부담이 커진다.

시장 관심은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는 대형 증권사로도 향한다. NICE신용평가는 등급 상향 조건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자체 신용도가 최고 수준 ‘aa’에 미달 △양호한 사업성과와 재무 안정성 지속 등을 제시했다. 이 기준을 충족할 잠재 후보로는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이 언급된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최근 꾸준히 실적을 개선했지만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와 홈플러스 관련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 키움증권은 위탁매매 부문 의존도가 높아 수익구조가 편중돼 있고, 사업 다각화 수준도 다른 대형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NICE신용평가는 단순 업황 호전이나 일시적 실적 개선만으로 등급을 상향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각 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질적 수준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곧 증권사가 조달 능력을 키워도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하는지,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 속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유지하는지가 등급 변동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증권업계는 2023~2024년의 변동성 장세를 거치며 리스크 관리와 자본 건전성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2025년에도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사이클 변화에 따른 투자 수요와 조달 환경의 변동은 증권사의 건전성을 위협할 잠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MA와 발행어음 같은 새로운 조달수단이 외형 성장에는 긍정적이지만 관리 실패 시 오히려 신용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대형사일수록 자본 확충 이후 운용 전략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하는 것이 신용등급 변동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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