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증시 호황에 힘입어 증권사들이 곳간을 불리고 있지만, 대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온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 중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는 곳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연결 영업이익이 1조9832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적자를 기록하지 않는 이상 한국투자증권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주식시장이 11월 들어 횡보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4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키움증권(1조1426억원), 미래에셋증권(1조694억원), 삼성증권(1조451억원), NH투자증권(1조23억원)도 3분기 만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10대 증권사 중 5개사가 3분기 만에 1조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활발한 주식시장에서의 거래와 금리 인하 추세에 따른 세일즈앤트레이딩(S&T) 성과 등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대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5개 증권사가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지만 그 다음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큰 곳이 KB증권으로 6679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1842억원에 그쳤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이익 규모가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은 아직 3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이지만 2026년까지 수수료 완전 무료 정책을 펼치고 있어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10대 증권사 내에서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규모가 1조원이 넘게 차이가 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1년 증권업계가 호황이었던 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21년 연간 별도 영업이익이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이 1조원을 넘어섰고, 5개 증권사가 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개사는 모두 촘촘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양극화 심화는 그동안 증권사 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부동산금융이 위축됨에 따라 이 외의 전통 IB 등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증권사와 아닌 증권사의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갈수록 증권업에서 자기자본 규모가 중요해지면서 적극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이를 이용한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는 이익을 더 빠르게 늘리는 모습이다.

내년부터는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 증권사가 늘어나기 때문에 인가 여부에 따라 대형 증권사간 실적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IMA 인가 신청을 접수해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오는 19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두 증권사는 국내 최초 IMA 사업자로 지정된다. IMA 인가로 자기자본의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이익 창출구 마련이 기대된다.

키움증권도 증선위의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 대상자로 선정됐다. 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도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적극적인 발행어음 사업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만큼 금융당국의 최종 발행어음 인가 결과에 따라 증권사의 실적에도 차별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KRX증권 지수는 124.78%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견조한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는 심해지고 대형사 사이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며 “개별 증권사에 투자한다면 실적 전망이나 주주가치 제고 노력 등을 고려해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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