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증권사·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증권사·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코스피가 4000선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한단계 도약하고 있는 우리 자본시장에서 혁신기업은 성장의 발판을 찾고 국민은 노후의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며 “모험자본을 공급할 금융투자업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금융의 중심축을 ‘모험자본 중심의 생산적금융’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정책 구상을 상세히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이 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투자업계와의 첫 공식 만남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한국투자·미래에셋·NH·삼성·키움·대신 등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CEO 17명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고령화·초기술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한가운데 서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는 불확실성과 장기성, 막대한 초기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모험자본(Risk Capital)’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AI, 양자역학 등 초기술 시대에서 기존 은행 중심의 전통 금융은 한계에 직면했다”며 “혁신을 후원할 수 있는 자본, 즉 모험자본 생태계를 이끌 금융투자업권의 사명이 막중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증권사의 투자은행(IB) 기능 강화 △자산운용사의 모험자본 기능 확대 △사모펀드(PEF)의 책임투자 문화 확립 △수탁자 충실의무 강화 등 네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확대해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를 활용한 안정적 자금조달을 가능케 하고, 확보된 자금은 모험자본에 일정 비율 이상 의무 투자하도록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종투사 지정은 심사 완료 순서대로 신속히 추진된다. 부동산 중심의 관성적 투자를 개선하기 위해 NCR 규제도 강화된다.

자산운용업 측면에선 오랜 논의 끝에 마련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내년 3월 시행과 동시에 인가를 추진해 2분기 상품 출시에 나선다. 아울러 코스닥벤처투자펀드(코벤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비율도 연내 확대하고, 향후 소득공제 등 세제 인센티브 확대도 검토한다.

이 위원장은 “일반 국민이 소액으로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기업 성장의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자산운용업계는 BDC의 안착과 코벤펀드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성과를 국민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사모펀드(PEF)에 대해서는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사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성과 책임을 갖춘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PEF업계를 향해 “PEF가 사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비춰지게 됐는지 스스로 성찰하고, 제도개선을 넘어 전면적인 자기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또 투자자 보호의 핵심인 ‘수탁자로서의 충실의무’ 확립도 주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 책임을 강화하고,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기 위한 '책무구조도'를 정착시켜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흔히 말하는 ‘투자자 자기책임’도 업계의 최선의 노력이 선행돼야만 가능하다”며 “청년 일자리 확대 등 사회적 책임에도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증권사·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30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증권사·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금융투자업계도 정부 기조에 호응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약속함과 동시에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달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코스피가 4000p를 돌파하며 자본시장이 회복력을 입증하고 있다”며 “이는 혁신기업과 첨단산업에 자금을 연결하기 위한 정부의 선제적 정책 결과”라고 운을 뗐다.

이어 “금융투자업계도 생산적 금융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구체적 실행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증권업계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증권사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언급하며 “발행어음, IMA(종합투자계좌) 인가가 원활히 이루어질 경우 다수 증권사가 모험자본 공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8월 국회를 통과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와 관련해 “벤처·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8만개 중소기업과 4만개 벤처기업을 위한 밀착형 지원에는 대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균형 있는 자금 공급을 위한 업계의 책임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는 은행 거래가 어려운 혁신기업의 주거래 금융기관으로서 증권사의 기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국내 퇴직연금 규모가 430조원에 달하는 만큼 해당 자금이 국민성장펀드와 BDC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제 보완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IMA 인가 및 지정을 통해 모험자본 의무투자 비율을 초과 달성하겠다고 밝혔고, 지분투자와 신용공여를 결합한 맞춤형 자금지원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성장펀드 출자, 국민참여형 드 운용 등 정책형 투자에 대한 참여 의지도 표명했다.

동시에 소득공제 혜택 등 세제 인센티브 확대의 필요성과 벤처·혁신기업 투자 유치시 정보 비대칭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모험자본이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투자업자와 기업간 쌍방향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필요성을 전달했다.

또 중기특화 증권사의 경쟁력 강화와 기업발굴-투자심사-내부통제 등 IB업무 전반의 전문성 제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사모펀드 업계는 ESG와 사회책임투자(SRI) 확산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 구축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금융투자업계가 모험자본 생태계를 주도하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핵심주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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