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 5000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산업 경쟁력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시장 전문가 간담회'에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임원진,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모두언을 통해 "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p를 돌파하고 연초 대비 70% 이상 상승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이는 단기 반등이 아닌 밸류업 중심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회복이 만든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거래소도 불공정 거래 척결 등으로 투자자 신뢰를 꾸준히 제고함과 동시에 한국거래소의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래시간 연장, 결제주기 단축 등 글로벌 수준에 맞춘 제도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장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내년 코스피 예상치를 현재 대비 20% 가량 업사이드 포텐셜이 있다고 내다봤다.

간담회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조건으로 △세제개편을 통한 투자 유인 확대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 △산업 경쟁력 강화 통한 실적 기반 강화 △기관투자자 중심 수급 구조 확립 등이 제시됐다. 특히 주식시장을 부의 축적 수단이자 국민 자산증식의 경로로 인식하도록 정부·국회·민간이 협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유동성 여건이 여전히 우호적이며, 반도체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상향이 뚜렷하다"며 "다만 밸류업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혜택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레벨업을 위해 배당소득 과세 완화 등 실질적 세제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역시 정책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구체적으로 법제화 된 것은 없고 삼성전자·하이닉스 중심의 실적 개선이 지수 상승을 견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코스피 5000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업종의 확산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기대감이 꺾이지 않도록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세제 정책 등 지속적인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급적 측면에서의 접근을 강조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부터는 그간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분리과세 등 지배구조 관련 법안이 긍정적으로 처리된다면 외국인의 투자심리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 중심에서 외국인·기관투자자 중심의 시장으로 주식 거래 주체 비중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기관투자자 비중이 60% 정도 되는데 국내 증시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60% 이상으로 높다 보니 변동성이 크고 밸류에이션이 낮게 형성돼 있다"며 "퇴직연금의 주식시장 유입 등 기관투자자 유입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최근 증시의 상승이 반도체 등 특정 업종의 주도로 쏠림 현상이 강했던 만큼 코스피 5000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고태봉 iM증권 본부장은 "반도체의 실적 개선은 예상치 못했던 선물이었다"며 "코스피가 4000을 넘은 상황에서 5000으로 가려면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가 마중물이 돼 기업들이 낙수효과를 받아 인플레이션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 업황이 기존 사이클을 넘어 AI 데이터 시대를 이끄는 슈퍼사이클로 진입했다면, 이는 코스피 5000을 현실화하는 핵심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며 "상법 개정과 함께 AI 산업 고도화에 따른 EPS 증가를 반영하면 코스피 5146까지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최광혁 LS증권 센터장은 "올해 반도체 실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며 4000~4100선을 넘었고, 내년 상반기에는 4400~4600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며 "다만 성장 동력이 실물 경기 회복과 연계돼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체질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 주식시장의 성장세에 ETF가 영향을 미친 것처럼 한국도 ETF를 통한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 기존에 상장된 ETF가 아닌 새로운 테마와 전략의 ETF가 많이 상장돼야 하며, 레버리지 ETF 상품이 주식시장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장은 "밸류업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세제 개편 부분 등에 대해서도 국회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기존의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의 PBR이 1.12~1.5배 정도 되는데 대만의 경우 2.1~2.2배에서 4.1~4.2배까지 오른 것을 고려하면 우리도 PBR이 2.0배는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 등으로 PBR 수준을 높여가면서 예상 밖의 외생적 변수가 없다면 내년에 코스피가 5000p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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