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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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들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기관투자자들이 주식 보유를 늘리면서 증시를 밀어 올리는 중요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코스피가 저항을 받는 시점마다 기관투자자의 수급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20일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했을 때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5626억원을 순매수하고 기관이 372억원을 순매수했다. 2021년 기록했던 코스피 최고치인 3314p를 넘어선 지난 9월 10~11일에는 기관이 1조7272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외국인(1조6872억원) 순매수 규모를 넘어서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한 10월 27일에도 기관은 2343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외국인(6471억원)과 증시를 밀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코스피가 4200선을 돌파한 전일은 기관이 1841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외국인이 아닌 개인(6256억원)과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기관의 매수 규모가 외국인이나 개인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증시가 심리적 저항선에 부딪힐 때마다 기관이 항상 순매수를 기록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의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주식시장에서 매수 금액을 기준으로 볼 때 개인이 약 52%, 외국인이 약 30%, 기관은 15% 수준이다. 기관의 비중이 크지 않은 이유는 전체 기관 매수 규모의 약 40%를 차지하는 연기금 등이 국내 주식투자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영향이다. 아무래도 국민의 노후자산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국민연금은 주식보다 채권 투자에 방점을 둬왔다. 10년 전만 해도 국민연금 자산 구성은 채권이 56.6%에 달했으나 올해 6월 말 주식(국내·해외 포함)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특히 국내채권 투자 비중이 줄고 국내주식 비중이 늘었다.

올해 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금융투자에서 국내채권 비중은 28.1%, 국내주식 비중은 12.2%로 집계됐다. 가장 최근 발표된 8월 말 운용 현황에 따르면 국내채권 24.6%, 국내주식 14.8%로 1월 말 대비 국내채권 비중은 3.5%p 감소했고 국내주식 비중은 2.6%p 증가했다.

국내주식 투자비중은 새정부들어 가파르게 늘었다. 1월 말에서 5월 말까지 국내주식 비중이 1.2%p 늘었으나, 6월 말에는 14.9%로 한달 만에 1.5%p가 뛰었고, 7월 말에는 15.3%까지 늘어 처음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15%를 넘어섰다.

8월 코스피 1.83%, 코스닥 1.03% 하락함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이 7월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9월과 10월 코스피 상승률이 각각 7.49%, 19.94%임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더 늘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수익률에 방점을 두고 기금을 운용함에 따라 수익률이 2%대에 불과한 국내채권 비중을 줄이고, 현재 수익률이 30% 중반대인 국내주식 비중을 늘렸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전문가들도 국내주식시장이 지속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을수록 단기적인 시세 흐름을 따라가 시장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일본 같은 경우 주식 거래에서 기관투자자 비중이 60% 정도 되는데, 국내시장은 외국인, 기관 비중이 절반 이하로 낮아 변동성이 크고 밸류에이션을 높게 못 받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관이 주식시장으로 많이 들어올 수 있는 정책들이 마련되면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에서는 주식 투자가 사실상 지금 안되고 있는 상황인데, 퇴직연금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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