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 [출처=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 [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금산분리 완화 검토를 지시하면서, 금융권과 산업계의 이해가 교차하고 있다.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각 부처 소관법과 관게없이 '금산분리'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금융권 일각에서는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금산분리가 도입 40년이 넘은 낡은 규제인 만큼 제도 완화 및 합리화에 양측 모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산분리를 현대화 할 거냐"는 질의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제도의 원칙은 지키면서 실용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고쳐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원칙으로 1980년대에 도입됐다.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은행 돈을 자기 계열사에 집중하거나 사금고처럼 쓸 수 없도록 차단하는 장치다.

최근 들어 현행 규제가 산업의 자금조달과 신사업 투자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대통령실이 금산분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강일 의원은 "산업이 금융을 설계하고 금융이 산업을 돕는 구조가 돼야 생산적 금융이 가능하다"며 "금융이 산업을 보조하는 수단을 넘어 경쟁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혁신 투자 용이…금융사는 비금융 결합한 서비스 극대화

산업 측면에서는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금융을 활용해 빠른 의사 결정과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 용이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반도체·AI 분야에서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인 만큼, 산업자본이 금융을 활용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도 쉬워진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외부 자금 조달이 전체의 40%로 제한돼 있어, 산업계가 CVC를 만들어 벤처 투자에 나서려 해도 금융사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산업계는 금산분리를 완화하면 플러스 요인이 많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장단점이 혼재돼 있다. 혁신적인 금융·비금융 융합 서비스를 발굴하기 수월해지지만 건전성 우려는 커질 수 있어서다.

또 금융권은 이미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으로 진출한 상황에서, 산업자본의 금융진입까지 허용하면 경쟁 구도가 불공정해질 수 있다고 본다. 또 "핀테크·AI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금융의 공공성과 예금자 보호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금융법 체계 개정 계획 없어…공정위 중심 협의는 가능"

이 위원장도 "금산분리 관련 금융위 소관 법령(은행법·지주회사법 등)을 개정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금융에서 산업으로 가는 부분에서 금융사의 핀테크 지분 비율 허용을 높인 바 있다"며 "산업에서 금융으로 가는 부분은 일반 지주사의 CVC를 어떻게 더 넓힐 거냐는 부분에 한정해서 살펴보자는 것으로, 전체 틀을 바꾸자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금산분리는 금융위가 소관하는 은행법, 보험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규정된 사안과 공정거래위원회과 관리하는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내용 등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 지시는 공정거래법상 산업자본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투자 제한과 관련된 부분으로 이해한다”며 “금융위가 관리하는 영역을 직접 완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심이 돼 산업자본의 CVC 설립과 외부자금 비율 완화 문제를 검토하고,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산업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병행 논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결국 '금융이 산업을 돕는 구조'를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AI·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한정한 부분 완화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 들어서 생산적금융을 통해 금융지주들이 수십조원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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