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기존 4개 증권사만 영위해왔던 발행어음 사업에 5개 증권사가 추가로 도전장을 제출하면서, 발행어음 시장의 확대와 그에 따른 모험자본 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는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당국은 심사를 거쳐 연내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가 투자자에게 1년 이내 단기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업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벤처투자 등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발행어음의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까지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4개 증권사의 발행어음 총 한도 규모는 약 70조원이다. 5개 증권사가 추가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게 될 경우 발행어음 한도 규모가 132조4000억원 가량으로 확대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이기 때문에 증권사 자기자본 확대에 따라 발행어음 시장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생산적 금융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발행어음 시장이 확대될 경우 기업투자 활성화와 벤처 생태계 확장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발행어음 등의 운용사업자는 2028년까지 총자산에서 수신자금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험자본으로 구성해야 한다. 모험자본은 중소·벤처기업, VC, 신기사, P-CBO 매입, A등급 이하 채무증권(대기업 계열사 제외), 중견기업, 상생결제, 코스닥벤처펀드, 하이일드펀드, 소부장펀드, 모태펀드 투자 등 관련 자금공급을 의미한다.

그동안 증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 투자가 많았지만, 민간 중심의 모험자본 생태계 구축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발행어음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리테일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조달 기반에 힘입어 IB, 운용, 비시가성자산 관련 기타수익의 증가 등 수익 다변화에 나설 수 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적극적인 발행어음 사업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

다만 발행어음 시장 확대가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우선 투자자 측면에서 발행어음 상품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 계좌에 1년 이내 기간에서 자금을 예치하고 약정 기간이 만료되면 원금과 약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은행의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은행의 예금 금리보다는 소폭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발행어음 사업자가 늘어나고 어음 발행이 늘어나면 발행사 입장에서 조달경쟁이 심해져 금리가 낮아지는 측면이 있어 향후 발행어음 금리가 예금 금리 대비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미 기존에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들도 이 때문에 발행어음 시장 확대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행어음 시장 확대가 생산적 금융 전환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발행어음 시장이 13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현재 발행어음 한도 70조원 중 약 44조4000억원(63.4%) 정도만 소진되고 있다. 발행어음이 자금을 조달하기에 용이하지만 결국 고객에게 약정한 금리 이상을 증권사가 벌어야 이익으로 이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리가 높은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금융그룹 산하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투자시 편입되는 자산들의 위험가중치가 높을 경우 그룹 CET-1(보통주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투자에 마냥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한도를 다 소진하지 못하고 있는데 발행어음 사업자를 늘려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발행어음 시장 확대 속 증권사의 역량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전망이다.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이자수익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발행어음 영위 사업자 간에도 평균 마진율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기존 트랙레코드, 리스크 관리 기조, 인력 등에 따라 성과와 적극성에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사업은 시장상황이 우호적일 때 수익증가의 기회가 늘어나지만 반대의 경우 그만큼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며 “또 발행어음 등 신규 인가를 받기 위해 자본을 조달했는데 인가를 받지 못하면 경쟁사 대비 중장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저하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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