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사업비 약 6800억원) 시공사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2020년 반포3주구 이후 5년 만에 다시 맞붙는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루미원'을 제안하며 150억원 선납, 품질 관리와 브랜드 신뢰도를 내세웠고, 대우건설은 '써밋 프라니티'를 앞세워 공사 중단 없는 '책임준공확약서', 분담금 6년 유예 등 파격 조건으로 맞선다.
삼성물산은 단지명을 '래미안 루미원'으로 정했다. 입찰 마감 사흘 전 조합에 150억원 현금을 선납하며 강력한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다른 강남권 재건축에는 불참했지만, 개포우성7차만큼은 반드시 수주하겠다는 메시지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의 신뢰도를 전면에 내세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래미안의 하자 판정 비율은 업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12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 27년 연속 국가고객만족도 1위라는 성적표를 내세우며 '안정감 있는 선택지'라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품질 관리 시스템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공정별 체크리스트와 품질실명제를 통해 시공 책임을 강화하고, 주요 공정을 사전 검증하는 '품질 시연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입주 후 3년 동안 전담 A/S센터를 운영하고, AI 기반 관리 서비스 ‘헤스티아’를 통해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와 협업해 곡선형 외관을 적용하고, 스카이라운지 등 특화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한다. 공사비는 3.3㎡당 868만 9000원, 총 6757억원으로 조합 예정가보다 낮은 조건이다.
대우건설은 단지명을 '써밋 프라니티(SUMMIT PRINITY)'로 제안했다. PRIDE와 INFINITY의 합성어로, "새로운 자부심을 완성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대우건설이 내세운 핵심 카드는 책임준공확약서다.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사유를 제외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약속된 준공 기한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행하지 못하면 일반적인 지체상금은 물론 금융비용까지 배상한다는 강력한 조건을 내걸었다. 조합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사업 지연 리스크'를 정면으로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조건도 업계 최저 수준을 제시했다. △ 필수 사업비 금리 CD+0.0% △ HUG 보증수수료 부담 △ 조합원 분담금 100% 입주시 납부 △ 최장 6년까지 유예 △ 착공 후 공사비 반영 물가상승분 18개월 유예 △ 공사비 지급은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방식 등이다. 여기에 조합계약서 원안을 100% 수용하며 협상 과정에서의 불확실성도 최소화했다.
설계 제안도 눈길을 끈다. 전 세대 남향 4베이 이상 평면, 스카이브릿지, 8개 동 2열 배치를 통한 통경축 확보 등 쾌적성을 강조했다. 또 절반 이상 세대에는 3면 개방형 설계를 적용해 대모산·양재천·탄천·도심 조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집중호우에 대비해 단지 레벨을 최대 4.5m 높여 침수 위험을 줄인 안전 설계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브랜드와 품질을, 대우건설은 책임준공과 금융조건을 내세우며 조합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브랜드의 안정감을 중시하는 조합원과, 사업 지연·분담금 증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조합원의 선택이 이번 수주전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은 조합원들의 생활과 자산가치에 직결되기 때문에 표심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브랜드 신뢰와 실질적 조건 중 무엇을 더 크게 볼지가 이번 승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