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출처=한국은행]](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618_692116_2246.jpg)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간)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심포지엄 연설에서 "고용 지표의 안정성은 우리가 정책 기조 변경을 신중히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정책이 긴축적 영역에 있는 가운데, 현재 가장 가능성 큰 전망과 위험 균형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정책 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으로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면서 시장의 통화완화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시장은 다음 달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기와 인하 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통화정책 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표현은 그간 인하 신중론에 가까웠던 파월 의장의 스탠스가 유의미하게 바뀌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직후 9월 금리 인하 기대를 크게 확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9월 인하 확률은 약 90%로 치솟았다. 전날 75% 수준에서 15%포인트(p) 급등한 것이다.
반대로 9월 금리 동결 확률은 전날 25%에서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트레이더들은 다음 달을 포함해 올해 3차례 남은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에서 2차례 인하 확률을 대략 50%로, 3차례 인하 확률을 40%로 반영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잭슨홀 연설이 완화적으로 결론 나면서 한국 통화당국 입장에서도 금리 인하에 무게를 좀 더 둘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우선 환율 측면에서 우려가 줄어든다. 미국보다 2.0%P나 낮은 우리나라가 홀로 기준금리를 낮추는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비교적 달러가 강세로 흐르게 되면서 환율이 상방 압력을 받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에서 상당폭 등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율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환율 우려가 사라진다면 경기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0%대 저성장 위기에 직면했다. 가장 최근 주요 전망치인 기획재정부의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대비 0.9%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작년(2.0%)보다 1.1%p 낮아진 것이고,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다만 집값이 변수다. 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8월 11일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는 0.10% 올랐다.
특히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대출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코픽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6월(연 2.54%)보다 0.03%p 낮은 2.51%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이후 내림세가 계속 이어졌다.
수도권 집값 과열 우려에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수요를 자극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편 한은은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를 조정할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