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우성7차주공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장 모습[사진=이승연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631_692130_33.jpg)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당일인 23일. 총회가 열릴 서울도시주택공사 주변은 일찌감치 긴장된 공기에 휩싸였다. 입구에는 '내 집, 내 미래를 결정하는 날'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조합원들은 무거운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군가는 마치 입시 발표를 기다리는 기분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한 채 값이 달린 문제라 잠을 못 잤다고 토로했다.
총회장 2층에는 삼삼오오 모인 조합원들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마다 화제는 하나였다. "래미안이냐, 써밋이냐." 서로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조건표를 비교했고, 어떤 이는 인쇄된 홍보 브로슈어를 꺼내 펼쳐 보였다. 한 조합원은 "삼성물산이 150억원을 선납하고, 하자율도 낮다고 하니 안정감 있어 보인다"며 브랜드 신뢰를 강조했다. 맞은편 조합원은 "대우건설이 책임준공확약서에 분담금 6년 유예까지 내걸었다. 결국 돈 문제를 덜어주는 쪽이 현실적이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표심이 어떻게 갈릴지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삼성물산의 전략은 전통적인 정공법이다. 단지명을 '래미안 루미원'으로 정하고, 글로벌 설계사와 협업한 곡선형 외관, 스카이라운지 등 특화 시설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래미안은 다르다"는 자부심을 내세웠다. 현장 한쪽에서는 래미안 홍보 담당자가 "최근 5년간 하자 판정 비율이 업계 평균의 3분의 1"이라는 수치를 강조하며 조합원들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지나가던 한 40대 조합원은 "우리 단지도 강남에서 래미안 이름값을 얻어야 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대우건설은 "불안감을 없애겠다"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단지명 '써밋 프라니티'에는 "새로운 자부심을 완성한다"는 뜻을 담았다. 홍보부스에서는 책임준공확약서 문구가 크게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다. 직원은 "공사 중단은 절대 없고, 기한을 넘기면 금융비용까지 배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이번에는 사업 지연 없이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사진=이승연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631_692131_342.jpg)
총회 시간이 다가오자 조합원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안내 데스크에서는 줄이 늘어섰고, 조합 집행부는 "오늘 결정이 우리 단지의 향후 10년을 좌우한다"며 질서 있는 참여를 당부했다. 복도 벤치에 앉아 있던 한 조합원 부부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아내는 "그래도 래미안이야, 확실하지"라고 했고, 남편은 "분담금이 더 중요하지 않냐"고 맞받았다. 옆자리에 앉은 또 다른 조합원이 "결국 돈이냐, 브랜드냐의 문제다"라며 웃음을 터뜨리자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잠시 웃음이 번졌다.
투표를 앞두고 총회장 무대에는 두 건설사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다.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한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은 조합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대우건설이 제안한 조건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품질·비용·안전 모든 측면에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조건은 월등하다"며 "조합원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는 선택이 무엇인지 냉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 그 답은 대우건설이라 확신한다. 강남에서 본 적 없는 최고의 랜드마크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김상국 삼성물산 부사장은 "개포우성7차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 자신이 있다"며 "말씀드린 모든 조건을 100% 이행하고 그룹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초구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와 원페스타스가 3.3㎡당 2억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개포우성7차 역시 예외일 수 없다"며 "래미안이 시공사로 선정되면 오늘 오후부터라도 집값이 바로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삼성물산은 브랜드와 품질로, 대우건설은 책임준공과 금융조건으로 조합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조합원들은 자료를 다시 확인하고, 옆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며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는 듯 보였다.
곧 투표가 시작된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면 강남 재건축의 '심장'이라 불리는 개포우성7차에 꽂힐 깃발이 '래미안'일지, '써밋'일지가 결정된다. 과연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