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주총회를 둘러싼 가처분 심리가 콜마그룹 지배구조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747_692252_293.jpg)
콜마BNH(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주총회를 둘러싼 가처분 심리가 콜마그룹 지배구조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핵심 쟁점은 과거 이뤄진 ‘콜마BNH 경영합의’의 법적 효력으로, 이를 둘러싼 해석 차이가 그룹 내 권력 균형을 흔들고 있다.
해당 건은 창업주 윤동한 회장과 장녀 윤여원 대표가 장남 윤상현 부회장과 콜마홀딩스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건으로, 이들은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과 이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결권 행사 자체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향후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윤여원 대표 중심 체제가 유지될지 지주사 콜마홀딩스로 권력이 이동할지가 갈릴 예정이며, 이번 결과는 단순한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을 넘어 국내 기업 지배구조 판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의 소송 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에서 열린 임시주총 소집 가처분 심리에서 프레젠테이션(PT)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에 의거하면 지난 2018년 9월 작성된 ‘콜마비앤에이치 경영합의’에는 “콜마비앤에이치 사업 경영권은 윤여원 대표가 전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을 전제로, 장남 윤상현 부회장과 지주사 콜마홀딩스가 “이를 지원하고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동한 회장과 두 자녀, 대표이사와 감사까지 서명에 참여하며 사실상 그룹 차원의 합의임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윤여원 대표 측은 이 합의가 단순한 가족 간 약속이 아니라 지주사도 구속하는 경영 원칙이라고 봤으며, 합의 직후 6년간 이사회와 주주총회는 합의 취지에 따라 운영돼 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앤장 측 참고자료 역시 “합의 이후 이사회는 단 한 차례도 이를 위반한 적이 없으며, 지주사 역시 사전·사후 승인이라는 형태로 합의를 존중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윤 대표 측은 지난해 단독 대표 취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독립경영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콜마비앤에이치는 6156억원의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37.3% 증가한 107억원을 달성했다. 자회사 콜마스크도 인수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윤 부회장 측은 합의서가 법적으로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봤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은 “합의서에는 당사자 명의만 있고 직함이 없으며, 내용상 분쟁은 신뢰를 바탕으로 원만히 해결한다고 돼 있어 법적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한 “가족 간 합의를 근거로 윤 부회장의 지주사 이사로서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상법 위반이며, 주주 이익보다 윤 대표의 경영권을 우선시하는 해석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이번 가처분 신청이 앞서 대전지법에서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한 판결에 불복하는 우회적 시도라는 점도 또 다른 공방의 핵심으로 드러났다. 윤 부회장 측은 “이미 대전지법에서 콜마비앤에이치가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서 처리하도록 허가했다”며 “동일한 사항에 대해 관할만 달리해 다시 판단을 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회장 부녀 측은 이번 가처분이 대전지법 사건과는 당사자와 신청 취지 등이 다르다고 맞섰다. 앞선 사건이 임시주총 소집 자체에 대한 허가 철회 요청이었다면, 이번 사건은 소집 및 개최 행위와 이사 선임 안건 의결권 행사 금지를 구하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양측의 균열은 지난 3월 콜마비앤에이치 정기주총에서 촉발되며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콜마홀딩스(지주사) 측은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를 기존 윤여원 대표 측 4명 대 지주사 측 1명이던 구도에서, 지주사 측 4명 대 윤 대표 측 2명으로 뒤집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개입해 양측을 절충, 결과적으로 3대3 동수 체제로 타협됐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 열린 4월 임시주총에서는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지주사 측은 신규 사외이사 2명 선임을 안건으로 올려 이사회 의석을 윤여원 대표 측 3명 대 지주사 측 5명으로 역전시키려 했다.
이와 동시에 대표이사 체제도 기존 공동대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바꾸자는 안건도 상정됐다. 이는 사실상 윤여원 대표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지주사 의중에 맞는 단독대표를 세울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조치였다.
윤 대표 측은 이를 명백한 합의 위반으로 규정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제출 참고자료는 “지주사와 윤상현 부회장이 합의를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사회 지형을 바꿔 대표 교체를 추진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고, 주주 간 합의를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승화 전 부사장이 차기 대표로 거론되는 점에 대해서도 건강기능식품 관련 경험이 없고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경영실적도 저조했다며 부적격하다고 반발했다. 윤 부회장이 능력이 아닌 인맥에 기반해 이 전 부사장을 영입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지주사 측은 합의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이사들이 합의에 얽매인다면 오히려 회사 이익 보호라는 선관주의 의무를 저버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합의 이행이 오히려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내지 배임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법원의 판단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임시주총은 무산돼 윤 대표 중심 체제가 유지된다. 기각 시 지주사 계획대로 이사회 증원과 대표 교체가 단행돼 권력 축이 지주사로 이동한다.
협상을 통한 새로운 거버넌스(지배구조) 합의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윤상현 부회장의 사과(8월 12일)와 윤 회장의 “행동과 실천으로 보이라”는 반응(8월 18일), 이어진 합의 준수 요구 공문(8월 19일)에서 드러나듯 신뢰는 이미 깊이 흔들린 상태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 지배구조에서 ‘가족 간 경영 합의’가 어느 범위까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콜마 오너가는 이번 가처분 외에도 콜마홀딩스 임시주총 개최와 주식 반환 소송 등 다수의 법적 절차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일단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추가 자료 제출 기한을 8월 29일까지로 정했으며, 앞서 대전지법이 지정한 임시주총 개최일인 9월 26일 이전에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향후 법원의 판단은 콜마그룹의 경영권뿐 아니라 국내 지배구조 분쟁 판례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