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봉합되지 않은 채 다시 격화되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078_691471_3330.jpg)
봉합되는 듯 보였던 콜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이 아들 윤상현 부회장과 최근 단독 면담을 가졌지만, 갈등 해소의 실마리는 찾지 못한 채 오히려 이틀 만에 법원에 주식 반환 재판 일정을 신청하며 소송전을 본격화했다.
이런 가운데 윤 회장이 지난달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경영권 분쟁의 본질과 법적 대응의 정당성을 설명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결국 부자간 면담 당시 아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르지 않은 점이 결정적 실망으로 작용했고, 오히려 윤 회장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 재판을 본격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고히 하도록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EBN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윤동한 회장은 지난 7월 그룹 임원들에게 발송한 내부 서신을 통해 ‘콜마는 자식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며, 경영질서 회복을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편지는 윤 회장이 아들 윤상현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을 갖기 한참 전 작성된 것으로, 갈등 해소보다는 상황의 엄중함과 결연한 입장이 담긴 메시지이기도 했다.
윤 회장은 편지에서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으로 임원분들께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며 서두를 열었다. 그는 콜마그룹 창립자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며 “콜마의 정상화를 위해 정확한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편지의 핵심은 2018년 자녀들과 체결한 경영합의에 대한 설명에 있었다. 그는 해당 합의가 콜마홀딩스·콜마비앤에이치의 대표이사와 감사까지 서명한 그룹 차원의 공식 문서였으며, 콜마그룹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장치였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에 대한 사업경영권은 윤여원 사장에게, 화장품과 제약 부문은 윤상현 부회장이 맡기로 한 경영질서가 확립됐다”며 “윤상현은 콜마홀딩스의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여원이 콜마비앤에이치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도록 적법하게 지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 회장은 “올해 초부터 윤상현 부회장이 경영합의를 깨고, 콜마비앤에이치를 포함한 그룹 전체를 독차지하기 위해 독단적으로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 설득했지만 기존의 가족 경영 합의와 가풍이 무너졌고 돌아온 것은 소송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윤상현 부회장이 관장하는 사업의 규모는 윤여원 사장보다 약 6배 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부린 결과 상상도 못할 경영권 분쟁이라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집안의 가풍과 정서에 따라 장자인 윤상현에게 더 많은 자산과 책임을 넘겼지만, 그 판단을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해당 서신에 따르면 윤 회장은 무엇보다 회사의 대외 신뢰와 이미지 손상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35년간 임직원과 함께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 ODM(제조자개발생산)을 상징하는 콜마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다”며 “콜마의 창업주로서, 손상된 가치를 회복하고 경영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윤 부회장이 제기한 업적 소송에 불가피하게 맞대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이 같은 편지 발송 이후 지난 12일 윤상현 부회장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윤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영권 갈등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회장은 실질적 변화나 합의 복원의 구체적 방안이 없는 점에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해 “말뿐인 사죄는 진정한 화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고, 결국 이틀 뒤인 14일 윤 회장은 법원에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 반환 소송의 본안 재판 일정을 요청한 상태다.
윤 회장은 이번 소송을 앞두고 변호인단도 대폭 강화했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김용대 전 가정법원장, 최창영 전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 사법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포진됐다. 콜마 내부에서는 이번 분쟁이 단기 봉합보다는 장기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회장은 편지 말미에 “임직원 여러분, 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도 당부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지만,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오히려 재점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번 사태의 향방은 결국 법원의 판단과 더불어 윤 부회장의 향후 실질적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법조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을 넘어, 콜마그룹 전반의 경영 안정성과 대외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영권 공방이 계속될 경우, 주요 계열사 운영의 연속성이나 글로벌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