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 격화 속 핵심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이하 콜마BNH)를 매각하고 바이오 사업의 중심축인 HK이노엔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려는 구상이 실제 있었는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077_689144_5653.jpg)
콜마그룹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인 2막에 접어든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이하 콜마BNH)를 매각하고 바이오 사업의 중심축인 HK이노엔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려는 구상이 실제 있었는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건기식은 접고, 바이오로”…콜마BNH의 주장
4일 콜마BNH가 EBN에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4월 23일 콜마홀딩스 내곡동 사무실에서 열린 고위층 회의에서 “콜마BNH를 팔고 그 대금으로 구조를 바꾸자”고 직접 언급했다. 이 회의록은 최근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됐으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도의 실체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회의록에 의거하면 해당 회의에서는 콜마BNH 대표이사 변경 문제와 함께 그룹 구조조정 방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윤 부회장은 특히 BNH 매각을 전제로 HK이노엔을 한국콜마 산하에서 분리해 콜마홀딩스 직속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한국콜마 또는 콜마BNH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밸류에이션을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콜마BNH는 이 같은 발언을 근거로 콜마홀딩스가 건강기능식품 중심의 콜마BNH를 전략적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그룹이 바이오 중심 체제로 전환하려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부회장은 또한 “홀딩스가 자금 여력이 부족해 HK이노엔이 한국콜마 자회사로 남아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해외 IR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받는 문제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콜마BNH는 “HK이노엔은 바이오·의약을 기반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PER(주가수익비율)이 낮아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콜마홀딩스가 콜마BNH를 생명과학 중심의 기업으로 포장해 가치만 끌어올린 뒤 매각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콜마BNH는 이 내용을 7월 초 위법행위 가처분 소송 시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상태며, 업계는 이를 이번 분쟁이 단순한 인사 개입이나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을 넘어서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사전 작업임을 보여주는 자료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 콜마BNH, HK이노엔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이번 논란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중 의약품 개발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HK이노엔은 그룹 내 3대 핵심 계열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은 2014년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되며 설립된 뒤, 2018년 한국콜마가 인수하면서 콜마그룹에 편입된 회사며 현재 지분 43.01%를 한국콜마가 보유하고 있다.
◆콜마BNH “윤 부회장, 이승화 대표 승진 시나리오 직접 언급”
콜마BNH가 최근 공개한 회의록은 콜마그룹이 9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록에는 윤 부회장의 향후 거취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단 콜마홀딩스는 현재 지분 44.63%를 바탕으로 임시주총을 통한 이사회 개편을 추진 중이며, 윤 부회장은 우호 세력을 이사회에 대거 진입시켜 경영권을 본격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에 앞서 윤 부회장은 콜마BNH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등기이사로 일단 올리고 대표이사로 선임될 수 있게 최대한 협조할 것. 원래 목표는 5월에 이사회 정리 후 7월 초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것이며, 공동 대표이사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윤 부회장은 회의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주주제안을 통해 법원으로 갈 것”이라며 법적 절차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비쳤다. 아울러 윤 대표의 사임과 재단으로의 이동, 식자재 케이터링 업체 지원 약속 등 퇴로 제시 역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는 경영권을 내놓는 대가로 제공되는 일종의 보상책으로, 협조를 유도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콜마홀딩스의 반론…“사실무근, 대응할 이유 없어”
반면 콜마홀딩스 측은 이 같은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일단 콜마BNH가 공개했다는 회의록의 실존 여부 자체에 의문이 가는 데다, 자회사 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콜마홀딩스 측은 “콜마BNH는 앞서 실적 문제나 경영 합의문 사건처럼 일부 사실만을 확대 해석해 사건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가총액 4000억원대의 콜마BNH를 팔아 1조원이 넘는 HK이노엔을 인수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며, 주주 불만을 이용한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콜마BNH가 주장하는 회의록 발언들이 실제라고 가정하더라도 내부 전략 구상 단계에서 자회사 및 사업부 관리에 지주사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경영권 분쟁, 단순 가족갈등 넘어 ‘지배구조 개편’ 향방 주목
이번 사안은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아들 윤상현 부회장과의 갈등 끝에 콜마홀딩스 임시주총 소집을 신청하고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한 배경과 맞물리며 향후 그룹 지배구조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9월 말로 예상되는 임시주총 결과와 주식 반환 소송 판결이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에 따라 콜마그룹의 미래 체제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콜마BNH 매각 의혹을 둘러싼 공방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콜마그룹의 정체성과 전략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건기식은 버리고, 바이오에 집중’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아니면 단순한 구상이나 뜬 소문에 그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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