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홀딩스가 핵심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이하 콜마BNH)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한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출처=오픈AI]
콜마홀딩스가 핵심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이하 콜마BNH)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한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출처=오픈AI]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이끄는 콜마홀딩스가 핵심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이하 콜마BNH)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한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정 직후부터 업계 안팎에서 ‘인맥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대전지방법원이 CJ㈜를 상대로 진행한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 공식 문서를 통해 그의 퇴임 배경과 경영 부실 책임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콜마홀딩스는 9월 말 열릴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승화 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상정했으며,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단독 대표이사로 직행시키는 구상까지 구체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내부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퇴임했다는 사실이 법원 문건으로 확인되면서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내정했다는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26일 <EBN>이 단독 입수한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 법원 문서에 따르면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은 아들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대전지법에 낸 소송에서 법원에 이승화 전 부사장에 대한 일련의 이력들을 CJ측에 확인해 달라는 사실 확인 청구를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CJ에 사실 확인을 명령했다.

해당 문서에 의하면 이승화 전 부사장은 2014년 8월 CJ프레시웨이 전략기획 상무로 입사한 뒤, 2018년 10월 CJ㈜ 전략기획실 부사장을 거쳐 2023년 7월 CJ제일제당 BIO사업부문 경영리더로 발탁됐다. 그러나 그는 약 1년 4개월 만인 2024년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퇴임했고, CJ제일제당은 ‘경영성과 등을 고려해 이승화 전 부사장과의 위촉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며 사임 경위를 공식화했다.

퇴임 배경에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 기업 인수 이후 그가 전략기획실장 시절 나타난 실적 악화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7월 CJ바이오사이언스(약 982억원)와 12월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바타비아(약 2660억원)를 연이어 인수했는데, 이승화 전 부사장이 경영활동을 총괄하는 기간을 걸쳐 순손실이 크게 심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1억9400만원 흑자를 기록한 바타비아는 2023년 122억원, 2024년 1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인수 후 불과 몇 년 만에 1000억원 이상 장부상가치가 증발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CJ제일제당의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은 물론 CJ의 수익성에도 직접적 악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해 이승화 전 부사장은 2024년 하반기 내부 경영진단 대상에 올랐고, 서면경고 조치를 받은 후 결국 비자발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는 자문역으로 위촉된 상태다.

이처럼 경영 성과 측면에서 논란이 있는 인물이 콜마BNH의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는 사실이 단순한 인사 이상의 파장을 낳고 있는 이유는, 앞서 윤상현 부회장 측이 밝혔던 사내이사 추가 선임 이유와 직접적으로 상반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법무법인 세종이 지난 8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제출한 임시주주총회 소집금지 가처분 사건 채무자 측 답변서에 따르면 윤 부회장 측은 ‘콜마BNH의 수익성 개선 및 자본 효율성 회복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내이사를 추가 선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질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정반대 이력을 가진 인물인 셈이다.

여기에다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부사장 모두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이라는 점까지 ‘인맥 인사’라는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이 전 부사장의 경력은 컨설팅 기반의 기획·전략 분야에 치우쳐 있어 생산기술, 품질관리, 기능성 인증 등 현장 중심의 전문 역량이 중시되는 건강기능식품 산업과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베인앤드컴퍼니, CJ프레시웨이, CJ㈜ 전략기획실 등을 거치며 조직 재편과 M&A 등 전략기획 업무에 주력했을 뿐, 생산·영업·운영 등 실질적 조직 경영 경험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장기적 연구개발, 인증, 생산 운영, ODM 판로 개척 등 복합적 요소가 긴밀히 얽힌 구조인 만큼, 현장 이해 없이 전략 위주의 접근만으로는 오히려 기업 경쟁력과 가치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와 리더십 검증이 미흡한 인물을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앉히려는 시도는 단순한 인사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M&A 등 전략기획 업무 경험자를 실적 개선 카드로 내세운 것은 오히려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 불확실성과 경쟁력 약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그 대가는 결국 고스란히 주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콜마비앤에이치를 둘러싼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 및 윤여원 대표와 장남 윤상현 부회장 간의 갈등은 현재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된 상태다. 오는 9월 말 열릴 임시 주주총회와 주식 반환 소송의 결과에 따라 콜마BNH의 향방뿐 아니라 콜마그룹 전체의 권력 지형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