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의 한가운데서 콜마홀딩스가 핵심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이하 콜마BNH)의 새 대표이사로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내정한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 내부와 업계 전반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978_690171_571.jpg)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의 한가운데서 콜마홀딩스가 핵심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이하 콜마BNH)의 새 대표이사로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내정한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 내부와 업계 전반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쟁점은 콜마BNH 바이오 재편과 회사 매각을 손쉽게 하기 위한 ‘인맥 인사’가 아니냐 것에 있다. 윤상현 부회장과 이 전 부사장 모두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인 데다 이 전 부사장이 과거 네덜란드 바이오 기업 운영을 맡았다가 경영 실패로 사임했었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오면서, 이번 인사를 두고 ‘경영 정상화보다 매각 준비’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콜마홀딩스는 현재 9월 말 임시주총 안건으로 이 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공식 상정한 상태다. 그러나 앞서 콜마BNH로부터 EBN이 입수해 보도했던 내부 고위층 회의록에 의거하면 이는 단순한 이사 선임이 아니라 대표이사 직행을 염두에 둔 인사로, 공동대표 체제 대신 단독 선임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과거 CJ제일제당 재직 시절 이 전 부사장이 네덜란드 바이오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s)’의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 투입돼 경영 전반을 책임졌지만 실적 부진을 막지 못하고 사임한 이력이 있어 해당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2021년 2661억원을 투입해 바타비아를 인수했지만, 이후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2022년 1억9400만원 흑자를 기록한 바타비아는 2023년 122억원, 2024년 1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결국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했고, 장부상 가치도 2661억원에서 1586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줄였다.
결국 지주사 차원의 경영진단이 이뤄진 뒤 그는 직책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CJ제일제당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콜마홀딩스가 이 전 부사장을 내정한 배경으로는 윤상현 부회장의 ‘콜마BNH의 바이오 재편 의도’와 ‘인맥 인사’가 맞물려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인 탓이기 때문이다. 윤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 경험이 있는 자기 사람’을 콜마BNH 수장으로 앉힌 뒤 회사를 바이오 기업으로 포장해 매각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콜마BNH가 최근 공개한 4월 23일자 고위층 회의록과도 맞물린다. 회의록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콜마BNH를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그룹 구조를 재편하자”는 구상을 직접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HK이노엔을 한국콜마 산하에서 떼어내 콜마홀딩스 직속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합병해 기업가 치를 높이는 방안이 거론됐다. 윤 부회장은 또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등기이사로 먼저 올리고, 이사회 정리 후 7월 초 대표이사로 선임하겠다”며 공동대표 체제는 배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콜마BNH는 이를 두고 “자사를 건기식 중심 사업 구조를 생명과학·바이오로 재포장한 뒤 매각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HK이노엔은 제약·바이오 중심의 미래 성장성이 높아 시장 평가가 우호적인 반면, 콜마BNH의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낮은 주가수익비율(PER)로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당 인사 가능성으로 인해 콜마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전초전이 임박했다는 시각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나, 콜마홀딩스 측은 해당 회의록의 실존 여부부터 부인하며 “콜마BNH가 일부 발언을 과장·왜곡해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자회사 구조 개편은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논의하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며 매각 추진설을 일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데다 각종 경영권 소송 관련 법원의 결과가 나오기 전 속단할 수는 없긴 하나, 성과와 리더십 검증이 미흡한 인사를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앉히려는 시도는 단순 인사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콜마BNH 매각설이 현실화될 경우 콜마그룹의 사업 정체성이 바이오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과 장남 윤 부회장 간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콜마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와 주식 반환 소송이 9월 말로 예정돼 있다. 주총 결과와 법원 판단에 따라 콜마BNH의 향방뿐 아니라 그룹 전체 체제가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