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업주 윤동한 회장은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못마땅해 증여했던 주식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고, 다시 경영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출처=오픈 AI]

콜마그룹이 창립 35주년을 맞았지만 전혀 잔칫집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초상집에 가깝다.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가족 간 분쟁 때문이다.

최근 창업주 윤동한 회장은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못마땅해 증여했던 주식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고, 다시 경영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본인을 지주사 콜마홀딩스의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소송을 법원에 냈다.

윤 회장은 증여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며 "이번 분쟁은 가족 간의 갈등을 넘어, 기업의 경영질서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 콜마를 창업한 윤 회장은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성실과 신의를 바탕으로 회사를 글로벌 No.1 헬스케어 파트너로 성장시켜왔다. 2019년에는 두 자녀에게 각기 다른 사업 부문을 맡기며 경영권을 분산 승계했고, 이를 위한 공식적인 경영 합의서도 2018년에 체결했다. 윤 회장은 "콜마의 경영철학이 자녀들에게 온전히 전해졌다고 믿었기에 경영을 위임했다"며, "그러나 윤상현 부회장은 그 믿음을 배반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여동생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 대표의 정당한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흔들었고, 수차례 중재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끝내 임시주총 소집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 윤 회장은 이를 두고 "기업의 기본 질서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공개된 경영 합의서에는 윤 부회장이 윤 대표의 경영권 행사를 지원·협조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 윤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단순한 가족 간의 양해가 아닌, 법적 효력을 지닌 경영자 간의 공식 약속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문서에는 콜마홀딩스와 콜마BNH의 당시 경영진 7명이 공동 서명했으며, 콜마그룹의 지배구조 근간을 이루는 핵심 문서로 평가된다. 윤 회장은 "이러한 약속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임시주총을 강행하는 것은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밝혔다.

윤 부회장 측은 윤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콜마BNH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주장하지만, 윤 회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콜마BNH가 2024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6156억원을 기록했고, 이는 윤 대표의 장기적 전략 투자 결과라고 강조했다. 세종3공장의 완공과 본격 가동이 이뤄지며 사업 내실화를 꾀했고, 영업이익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또 주요 경영 전략은 이사회와 지주사 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실행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독단'이라는 비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윤 회장은 "윤여원 대표는 25년간 콜마에서 현장을 경험하며 실무부터 성장해온 책임 있는 경영자"라며, "경쟁력 약화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낙인찍기"라고 일축했다.

윤 회장은 장남에게 지분과 자산을 집중적으로 승계한 데 대해 "누가 봐도 불균형한 승계였지만, 장남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부회장이 합의를 깨고 여동생의 역할마저 무력화하려 한 것은 "가족의 양보와 신뢰를 외면한, 사익을 위한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임시주총 소집 등 극단적 절차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지만, 콜마홀딩스 주가가 상승한 점은 본인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정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윤 회장은 콜마의 경영철학으로 미국 듀폰의 '네오 네포티즘(Neo-nepotism)'을 언급하며, 가족기업의 장점과 전문경영의 효율성을 결합한 지배구조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 철학의 한계가 아닌, '신뢰·책임·합의'라는 전제가 무너졌을 때 발생하는 혼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그는 "가족이라 해도 경영 참여자라면 누구보다 엄격한 원칙과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소송에서 승소해 주식을 되돌려 받을 경우에 대한 계획에 대해 윤 회장은 "그 지분은 과거의 소유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경영질서와 신뢰를 바로 세우는 책임의 상징"이라며, "공적 자산처럼 활용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전체의 경영 체계와 승계 구도를 원점에서 점검하고, 사회를 위한 의미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끝으로 윤 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며 기대했던 바에 대해 "각자의 분야에서 도전과 성취를 반복하며 콜마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주길 바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지금은 "장남의 선택이 믿음과 약속을 깨뜨렸다"며, 당시의 승계를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콜마의 진정한 주인은 끝까지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창업자로서의 고뇌를 드러냈다.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 법정 공방 중이며, 그 결과는 콜마의 지배구조뿐 아니라 한국 가족기업 모델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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