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출처=각 사 제공]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출처=각 사 제공]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경제사절단의 역할이 부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핵심 주도 인물로 꼽히는 가운데, '반도체'와 '조선 프로젝트' 등 굵직하고 구체적인 대미(對美) 투자 계획이 정상회담 논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안보와 관세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지며, 지난달 합의한 관세 논의의 세부 사항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비롯해 16명의 재계 인사들은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 및 투자계획 발표를 통해 정상회담을 측면 지원한다.

특히 이 회장은 미 현지 반도체 추가 투자와 함께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에 앞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대외협력실 사장 등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이들은 이 회장과 함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총 1500억 달러(약 209조원) 규모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MAGA에 조선업(Shipbuilding)을 결합한 이름으로 미국 조선업 활성화를 겨냥한 계획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 조선업(Shipbuilding)을 더해 작명됐다. 이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의미로 자국 해군력과 조선업 부흥에 큰 관심을 쏟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는 평가다.

이와는 별개로 이 회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의 증설 계획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테슬라, 애플과 연이어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공급망 내 입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 역시 마스가 협상에서 주목 받을 전망이다. 한화는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를 확장, MRO(유지보수)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 건조까지 참여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필리 조선소에는 최소 7000만 달러(약 945억원)를 추가 투자해 2035년까지 도크 생산성을 연간 10척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한편 이 외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이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투자와 협력을 돕는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용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SK온은 미국에 단독 공장 2곳(SK배터리아메리카)을 운영 중이며, 올해 3분기에는 포드와의 합작공장인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1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BOSK 공장 2곳과 현대차와의 합작 공장 1곳 등 총 3곳은 2026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SK온이 미국에 건설하는 6개 공장에 투입되는 투자금은 총 108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구광모 대표가 이끄는 LG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 홀랜드와 오하이오, 테네시에 북미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또 미시간주 랜싱과 애리조나에 단독 공장을 건설 중이며 조지아에서 현대차와 합작공장을, 오하이오에서는 혼다와 합작공장을 각각 짓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미국 LNG 프로젝트 등 에너지 사업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의 48조원 규모 보잉 계약을 계기로 항공·우주 협력 강화를 모색한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현지 바이오 공장 인수 후속 조치를 준비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 투자 전략을 직접 보여주는 무대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경제사절단의 움직임이 실제 협상 결과와 향후 산업 협력 방향을 결정 짓는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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