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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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최근 플랫폼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일 신약 성과에 의존하는 전통 모델에서 벗어나 다수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동시에 열 수 있는 플랫폼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열쇠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좁은 내수 시장과 자금 조달의 한계, 장기적 정책 부재는 여전히 국내 바이오업계가 넘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6일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 현황과 미래’ 브리프에 따르면, 플랫폼 기술은 여러 질환에 적용 가능한 공통 기반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기술 신뢰가 입증되면 라이선스 아웃(LO,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기술 접근권 제공 등 다양한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고, 성공 시 수익 구조도 빠르게 확장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기술력 그 자체가 신뢰를 받아야 협력이 가능하다”며 “검증이 길고 고된 과정이지만, 한번 궤도에 오르면 파급력이 막대하다”고 밝혔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은 플랫폼을 통해 매출 다각화에 성공했다. 단일 신약 판매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자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술력 하나로 수십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국내 상황도 달라지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오름테라퓨틱, 와이바이오로직스 등은 자체 개발 플랫폼으로 대규모 마일스톤 계약을 체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들 기업은 기술이전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의 문을 열었고,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이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단순 기술 모방을 넘어 독자 기술로 글로벌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구조적 리스크다. 국내 기업들은 협소한 바이오 시장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토로한다. “단기적 기술이전과 일회성 수익에 머무른다면 결국 장기 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술은 단순한 기술료 수익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자산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정부 정책과 민간 투자 모두 중장기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신약개발 플랫폼은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가 바이오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기술주권을 좌우하는 사안이다. 성공적인 플랫폼은 단일 신약의 운명을 넘어 산업 전체의 판도를 흔들 수 있다.

바이오협회는 브리프에서 “지금이야말로 한국 바이오산업이 플랫폼을 단기 수익원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고, 체계적 정책 지원과 전략적 투자 전환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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