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보잉777-300ER 항공기 [출처=대한항공]](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6397_693014_827.jpg)
대한항공이 기존 인력을 활용한 '휴무일 비행근무 희망 신청 제도'를 도입하면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28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휴무일 비행근무 희망 신청 제도'를 공지했다. 정해진 휴무일 중 의무휴일인 '패턴데이오프(ATDO)'를 제외한 날에 희망자에 한해 추가 근무를 신청받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자발적 신청'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승무원은 월 비행시간이 100시간을 넘기며 법적 상한선에 육박한 고강도 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휴무일에도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의 의견이 접수돼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운영 기간은 내달 30일까지로 안내했지만, 사실상 매월 신청을 받겠다는 계획까지 덧붙여 상시 운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회사 측 설명과 달리 제도 시행 배경에는 항공기 운항 확대에 따른 인력난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건 조건에 따라 2019년 대비 90% 수준의 운항 편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량은 늘었지만 인력 충원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어 기존 인력에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
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비행 승객 수에 따라 필요한 승무원 수가 정해지는데,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정원보다 1~2명씩 적게 탑승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근무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를 자주 받고, 지난해 사용하지 못한 휴무가 올해까지 이월된 동료도 많다. 월 100시간까지 비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승무원의 연간 비행시간은 120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월 기준으로는 100시간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이미 이 상한선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달 발표한 '항공 승무 노동자 노동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중 "원하는 날짜에 연차휴가를 사용했다"는 응답은 39.7%에 불과했다. 또한 "스케줄팀이 사전 의사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하거나 변경한다"는 답변은 64.4%에 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제도는 단순한 희망 신청이 아니라, 인력 부족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있는 인력으로 최대한 돌려막기를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대한항공은 항공안전법을 준수한다고 주장하지만, 선진국 대부분이 연간 900~1000시간 수준으로 상한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준은 지나치게 높다. 필연적으로 고강도 노동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승무원 요청에 따라 마련된 선택적인 제도로 강제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제도는 객실 승무원의 자발적인 요청에 따라 마련된 선택적인 제도로 강제성은 전혀 없다"며 "휴무일 근무를 신청하더라도 반드시 대체 휴무일을 보장해 연간 총 휴무일수는 줄어들지 않으며, 신청 후 언제든 자유롭게 취소할 수 있고 불이익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객실승무원의 월평균 비행시간은 80시간"이라며 "비행 배정은 항공법, 근로기준법, 단체협약에 명시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며, 승무원의 피로도와 안전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