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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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부여됐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을 전격 취소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2022년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수출 통제 조치 이후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장비 반입 통로가 닫히면서, 중국 현지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미 상무부는 3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VEU는 지정 기업이 별도의 허가 없이도 미국산 장비를 중국 공장에 반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국내 기업들은 지난 3년간 이 제도를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VEU 자격 상실로 단기적 피해는 불가피하다”며 “중장기 생산 전략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칩뿐 아니라 중국향 저사양 칩 H20까지 수출 제한을 확대했고, 이에 따라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공급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최대 100% 반도체 품목 관세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예측 불가능성’이 정책 기조로 자리잡으면서 기업들의 대응은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보조금을 지렛대로 경영권까지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경영난에 빠진 인텔의 지분 10%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삼성전자와 TSMC를 직접 언급하며 지분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지원이 곧 지배력 확대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VEU 취소 조치 역시 120일 유예 기간이 설정돼 있어, 현상 유지를 위한 장비 반입은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이에 따라 실제 타격은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 기술’을 고려하면 향후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자국 반도체 육성 기조는 명확하다”며 “2~3주 간격으로 쏟아지는 규제 속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며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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