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출처=DB그룹]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출처=DB그룹]

두 달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DB그룹 2세 김남호 명예회장이 최근 법무법인 선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 명예회장 측은 최근 법무법인 선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DB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으로 회장직에 이어 사내이사직까지 내려놓을 가능성이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 명예회장은 지난 6월 27일 돌연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DB그룹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전문경영인이 DB그룹 회장직에 오른 건 지난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는 김 명예회장이 경영 2선으로 후퇴한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회장이 동부고속과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 등 요직을 거친 그룹 전문가임엔 분명하지만, 80대 임원을 그룹 회장으로 갑작스레 추대한 점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이 회장이 김준기 창업회장의 최측근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창업주와 2세 간 갈등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명예회장이 내년 3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선언으로 2선으로 밀려난 만큼, 이사회에서 배제되는 것 역시 당연한 순서라는 분석이다.

현재 김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까지이며, 상법 제385조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면 해임할 수 있다. 주총 참석 주주의 67%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DB 이사회는 창업주의 사람인 문덕식 대표이사, 강운식 대표이사, 이재형 이사회 의장 등으로 꾸려져 있다.

이에 재계는 김 명예회장이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법무법인 선임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이사회 대응 방안 및 경영권 다툼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김 명예회장은 지주사 DB 지분 16.8%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지난 2004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뒤 지금까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대주주인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15.9%)이 누나 김주원 부회장(9.87%) 지분을 더하면 25%를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DB그룹이 최근 DB손해보험 주식을 매입하며 지배력 강화에 나선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DB는 지난해까지 DB손해보험의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장내매수를 시작해 현재 지분율을 0.85%까지 끌어올렸다. DB 자회사 DB하이텍 또한  DB손해보험의 지분율을 0%에서 0.03%로 높였다. 

DB는 DB하이텍과 DB에프아이에스, DB월드, DB커뮤니케이션즈 등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다. DB손해보험은 DB금융투자, DB생명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DB의 DB손해보험 주식 확보가 경영권 다툼 가능성으로 비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김 창업회장은 줄곧 그룹 지배권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면서 "주요 계열사의 수장 대다수가 창업주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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