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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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성장세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과거 고성장기에 비해 대기업 매출 증가율은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커가는 과정은 1만분의 4에 불과한 '바늘구멍'에 갇혀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와 경제형벌이 누적되며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 속에 재계가 규제 개혁과 성장 인센티브 제도를 촉구하며 '기업성장포럼'을 출범시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포럼 출범식을 가졌다고 4일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구윤철 부총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삼성·SK·현대차·LG 등 대기업 임원, 국회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10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030년 전 10%를 웃돌았지만 최근 10년은 2.6%에 그쳤다. 중소기업도 89%에서 5.4%로 낮아졌다. 산업부·중기부 자료 분석 결과, 중소기업 1만곳 중 단 4곳만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중견기업 100곳 가운데 1~2곳만 대기업으로 올라섰다. 성장할수록 혜택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가 원인으로 꼽혔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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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서만 343개의 기업별 규제가 존재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커질 경우 94개 규제가 추가되고, 대기업이 되면 329개까지 늘어난다. 

공정거래법상 K-지주회사가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반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90조원 이상 모아 전략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대표적으로 언급됐다. 상법상 ‘자산 2조원’ 규제, 유통산업발전법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정도 비합리적 제도로 꼽혔다. 경제형벌 조항은 6000여개에 달한다.

재계는 "성장 기업에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2024년 기준 수익성이 우수한 100개 중소기업을 중견 수준으로 키운다면 영업이익이 5조원 늘어나 GDP의 0.2% 확대 효과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행 전략으로는 △규제의 실효성을 따지는 ‘산업영향평가’ 도입 △정부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한 규제 완화 △첨단산업군에 대한 예외 적용 △민간 투자계획에 정부가 매칭하는 프로젝트형 지원 방식 △지역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한 메가샌드박스 실험 등이 제시됐다.

송승헌 맥킨지 한국오피스 대표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0.9%에 머물고, 잠재성장률도 머지않아 0%대에 진입할 수 있다"며 "기업 환경이 위험 회피적으로 굳어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수 목적 반도체와 생성형·에이전트·피지컬 AI 등 ‘AI 삼총사’가 한국 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상의·한경협·중견련은 포럼을 정부·국회와 정책 대안을 공유하는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분기별 정례 포럼을 열고 연말까지 차등규제의 부작용을 짚는 조사·연구·건의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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