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956_695985_3844.jpg)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행정편의적 규제 32건을 발굴해 국무조정실에 공식 건의했다고 18일 밝혔다.
규제 유형은 △복잡·불필요 절차 △과도한 자료 요구·중복 조사 △불명확·경직적 규제 등 세 가지로 분류됐다. 한경협은 "정부가 행정 편의를 위한 불필요 규제 정리를 약속한 만큼, 기업 부담을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설비 단순 이설이 대표적 사례다. 반도체 업체 A사는 생산 효율화를 위해 공장 내 설비 위치를 옮겼다가 사전 심사 미이행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현행법상 전기정격용량 합이 100kW 이상 설비는 위치 변경 전 15일 이내에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각종 평면도·배치도면·작업 방법 개요까지 첨부해야 한다. 심사 수수료는 전기계약용량에 따라 8만4000원~18만3000원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행령상 최대 5000만원(통상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경협은 "최초 설치 시 심사받은 설비나 동일 기종 설비의 단순 위치 변경에는 심사 의무를 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설건축물 해체·멸실신고도 문제다. B사는 프로젝트 종료 후 가설사무실과 창고를 철거하며 해체완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가설사무실 멸실신고가 자동 처리되지 않아 뒤늦게 별도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일반 건축물은 해체 완료 신고만으로 멸실 신고까지 일괄 처리되지만, 가설건축물은 절차가 분리돼 있어 누락 시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담한다.
수출입신고필증 보관 의무도 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이다. 현행법은 수출입신고필증을 3~5년간 종이 또는 이미지 파일 형태로 별도 저장하도록 규정한다. 관세청 전산망(UNI-PASS)에서 언제든 조회 가능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아 기업은 전문기관에 위탁 보관해야 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한경협은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부터 단계적으로 보관 의무를 면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복된 행정조사도 지적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위탁 거래 실태조사(위탁기업 3000개·수탁기업 1만2000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원사업자 1만개·수급사업자 9만개)는 조사 항목이 △납품대금 지급 여부 △부당 감액 △기술자료 요구 등 상당 부분 겹친다. 기업은 같은 자료를 두 차례 제출해야 하고, 법령에 따라 이중 제재를 받을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한경협은 조사 권한 통합을 통해 행정 피로를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감염병 출근 제한 규정은 현장 혼란을 낳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전염될 우려가 있는 질병’으로만 근로 제한 대상을 규정해 감기·결막염 등 경미한 질환까지 포함된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주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한경협은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2급 이상 감염병(결핵·수두·홍역 등)에 한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고압가스 제조시설 착공 시점도 불명확하다. 일부 지자체는 파일공사(말뚝 박기)를 착공으로 해석해 사전 허가를 요구하면서 사업 지연이 발생한다. 이는 금융비용 증가, 협력업체 계약 지연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한경협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복잡한 절차, 불필요한 자료 요구, 중복 조사, 모호한 규정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대표적 행정편의 규제"라며 "현장 관점에서 규제를 정비하면 기업이 혁신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