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429_694201_1120.jpeg)
금융지주들이 하반기 들어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은행·보험 등 계열사의 규제 리스크에 대비하는 동시에, 금리 인하 기조 속에 발행 여건이 개선된 점을 활용하려는 포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신한금융지주는 최대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781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최종 금리는 연 3.26%로, 희망금리 범위(3.0~3.5%) 하단에 근접한 수준이다. 국고채 5년물에 0.065%p를 더한 금리로 3%대 초반의 금리로 대규모 수요를 이끌어냈다. 지난 2월 신한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자본 확충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금융지주들은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계열사에 투입해 그룹 전반의 재무 체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에는 하나금융지주가 2700억원 발행 목표에에 7200억원이 몰려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을 확정한 바 있다. 발행 금리는 연 3.29%로, 당시 올 들어 발행한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가운데 가장 낮았다. 상반기만해도 KB금융(4%), 신한금융(3.9%) 등 발행 금리가 4%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조달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내달 중순에는 우리금융지주(2700억원), BNK금융지주(1050억원) 등이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그때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워회(FOMC) 이후 불확실성이 제거된 뒤라서 더 우호적인 금리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들의 이번 자본확충은 계열 증권사 자기자본 확충, 보험사 지급여력(RBC) 비율 개선 등 계열사 재무건전성 제고에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이 위험가중자산(RWA) 규제와 대규모 과징금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자본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은행권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국고채 전문딜러(PD) 담합 등으로 최대 9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처했다. 바젤 규제상 과징금은 전액과 그 600%가 10년 간 RWA로 반영된다. 과징금 9조5000억원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 계산하면 최대 66조5000억원의 RWA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직결돼 은행의 대출 축소 압박과 자본 확충 부담을 불러온다.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은행권의 자본여력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대출 확대와 모험자본 공급을 주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본비율 관리 때문에 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정책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금융지주들의 자본확충 러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규제 리스크와 과징금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하락기에 금융지주들이 미리 자본을 쌓아두려는 움직임이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