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안전보장군의 우크라이나 배치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온 종전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528_694313_510.jpg)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안전보장군의 우크라이나 배치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온 종전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푸틴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그들을 정당한 타격 목표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파병 논의 자체가 나토(NATO) 확장 논란의 근본 원인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강경한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유럽의 ‘의지의 연합’ 참여국들이 협의해온 휴전 및 평화 유지 방안이 사실상 러시아에 의해 거부됐음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일 회의를 통해 휴전 또는 평화 달성 직후 서방 26개국이 안전보장군을 파병하기로 합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발로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분위기다.
러시아는 실제로 4일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하던 덴마크난민위원회(DRC) 소속 우크라이나인들을 미사일로 공격해 2명이 숨지는 사건을 일으키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 같은 공세는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한 안전보장 문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발언이 지난달 초 알래스카 양자 회담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또다시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의 발언이 안전보장군 참여를 주저하는 국가들을 겨냥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들인 푸틴-젤렌스키 양자 회담도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장소로 모스크바가 최적”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바티칸, 스위스 등 제3국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과도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회담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고문은 “푸틴은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모욕했다”며 미국 행정부의 평화 구축 노력이 모두 거부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협상 데드라인은 7월 14일 50일 시한을 시작으로 29일엔 10~12일로 단축됐지만 모두 만료됐고, 지난달 22일 제시한 ‘2주 내 진전 없으면 중요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시한도 이날로 끝났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 기간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 유럽연합(EU) 대표부 건물이 피해를 입는 등 긴장 수위를 높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이 트럼프를 갖고 놀았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는 중국·인도와 반미 연대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나란히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도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옆에 서며 결속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인도와 러시아를 중국에 빼앗긴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두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신속히 열릴 수 있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고려하면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포돌랴크 고문은 “러시아 대표단은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의 전략적 적성국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며 “가면은 벗겨졌고 백악관도 더 이상 환상을 품지 않는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