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9·7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민간이 아닌 공공 주도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놨다. LH가 직접 사업 시행자가 되고, 민간 건설사는 설계·시공 도급만 맡는 방식으로 전환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효과에 대한 여러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사들이 공공택지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거의 없기에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EBN산업경제>는 2차례에 걸쳐 9·7 대책의 허와 실을 짚었다.<편집자주>

서울 아파트 단지. [출처=EBN]
서울 아파트 단지. [출처=EBN]

정부가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을 선언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정책의 방향성은 옳지만, 핵심 주체로 지목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문제여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심 수요와 동떨어진 공급 방식, 늦어지는 착공 속도, 커져만 가는 부채 부담, 낮은 브랜드 선호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LH, 공공택지 직접 시행 전환…2030년까지 135만 가구 공급

9일 '9·7 부동산 대책'을 종합하면, 정부는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LH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민간 건설사의 분양 지연·중단 문제를 차단하고, 공급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로써 LH는 향후 5년간 공공택지에 6만 가구를 직접 공급하게 됐다.

이번 사업은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가 자금 조달·설계·시공을 전담하는 '도급형 민간참여' 모델이다. 아파트 브랜드는 민간이 주도권 일부를 유지할 수 있게, 참여 민간사 브랜드를 그대로 활용한다. 

정부는 "LH가 직접 시행에 나서면 자금 조달 안정성이 높아 토지 조성이 끝나는 즉시 착공할 수 있다. 공급 속도가 대폭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37만2000가구 착공을, 전국 총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의 속도와 품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건설업계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직결될 수 있어"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번 대책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LH가 직접 시행에 나설 시, 사업은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서다. 업계는 최저가 입찰 방식이 대형사 브랜드 가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짐작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공공주택 특성상 공사비 절감이 중시될 텐데, 업계가 요구하는 적정 공사비가 제대로 반영될지는 의문"이라며 "건설사마다 상품과 품질에 대한 최소 기준이 있지만, 공공주택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업계는 LH의 실질적인 성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LH는 지난해 9월 기준 수도권에서 단 한 건의 착공도 기록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는 △공공분양 1420호 △통합임대 982호 △행복주택 544호 등 총 2946호에 그치며, 연간 목표치의 6% 수준에 불과했다. 업계가 '실행 역량 부족'을 주장하는 이유다.

재무 여건도 걸림돌이다. LH 부채는 올해 170조1817억원, 내년에는 192조459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택지 판매 지연과 임대주택 운영 손실이 누적된 상황이기에, 연간 1만2500호씩 5년간 직접 시행하겠다는 계획이 우려로 비춰지고 있다. 

LH 아파트에 대한 낮은 선호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구조와 주차장 등 설계가 여전히 '1980년대식'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 도심 빠진 공급, 정책 실효성 '반감'

9·7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긍정'보단 '부정'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 전문가들은 "정작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 아파트 공급 전략이 빠져 있다"며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서울 전철역 인근 아파트 공급이 아닌 빌라나 연립 매입 방식은 과거 청년주택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LH 부채가 '건강한 부채'로 인식된다 하더라도,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민간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와 명확한 사업 계획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방향성은 제시됐지만, 정작 실행 단계에서 필요한 '하우(How, 어떻게)'가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공급 속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황한솔 연구원은 "LH가 직접 공급에 나서면 심리적 안정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실제 공급 속도와 체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민간은 착공 후 2~3년이면 준공이 가능하지만, 공공은 절차상 5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이 속도로는 전세난과 매매가 상승 압력을 막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번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이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LH의 재무 여건, 공급 속도, 브랜드 경쟁력, 도심 수요와의 괴리 등을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선언적 목표를 넘어, 실행 단계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얼마나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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