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컨퍼런스에서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특허 분석을 통해 금융투자 분야의 AI 활용과 시사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079_694942_2952.jpg)
금융투자업권에서 AI PB, 로보어드바이저, 국내외 뉴스 및 리포트 실시간 요약 제공 등 전방위적으로 AI를 접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분야는 AI를 통한 의사결정에서 더 민감한 만큼 데이터·인재의 확보와 거버넌스 정립 등의 중요성이 제기됐다.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컨퍼런스에서 AI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금융투자업 내에서 활용은 세부적으로 다르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 전반에서 관련 AI 특허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 신용평가 △주식 가치평가 △경제·시장분석 △뉴스 분석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서비스 등 투자자문과 자산관리 분야에서 관련 AI 특허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투자은행(IB), PEF, 부동산·인프라 펀드 관련 특허는 적게 집계됐다.
AI 기술력에 따라 통계적 머신러닝, 딥러닝, LLM·생성형 AI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통계적 머신러닝은 수치 데이터 기반의 예측·평가 업무에, 딥러닝은 이미지와 대규모 거래 패턴 분석, 생성형 AI는 고객 커뮤니케이션·공시 등 대외 접점 업무에 주로 적용되는 등 적용 업무도 다르게 나타났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업무 프로세스가 표준화 돼있고 정형화 데이터가 많은 영역일수록 AI 도입이 활발하지만 금융투자업의 경우 투자은행, PEF, 부동산/인프라 등 분야에서는 데이터 접근성이 떨어지고 구조화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또 금융처럼 고도호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판단 중심의 업무에 현재 AI 기술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금융투자업에서도 국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내부 문서 처리 및 인덱싱 자동화, 시장 감시 등에는 안정적으로 AI가 도입돼 활용되고 있지만 생성형 AI에 기반한 업무 지원 등은 비교적 초기 도입 단계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AI 활용의 효과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 성숙도, 비용 효율성, 시스템 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단계적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금융투자업에 AI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실험 환경이 조성되고 도입 효과를 활발히 검증해야 하며 데이터 수집 및 처리에서 보안·거버넌스 등 전 영역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위험 영역에서 AI 도입을 위해서는 책임소재 등을 명확히 정립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금융 특화 AI 모델 구축의 필요성도 제언됐다. AI 기술은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발전했는데, 트랜스포머는 기존 순차적 데이터 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문장 내 모든 단어를 한꺼번에 병렬 처리하면서 학습 데이터와 모델 파라미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모델의 양적 팽창이 성능 개선 수준을 넘어 특정 임계점을 지나면서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능력이 발현되는 ‘창발성’으로 이어졌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LLM 에이전트 투자 모델은 자연어 기반으로 투자 논리와 근거를 제시해 설명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 성과 검증 부재 및 LLM 고유의 편향 현상이 한계”라며 “이에 따라 인간 지식이나 고정관념을 배제한 금융데이터 자체를 트랜스포머로 학습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패러다임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간의 바둑 기보를 학습하고 실력 향상을 이뤄낸 ‘알파고 마스터’를 인간 기보 없이 바둑의 룰을 입력해 스스로 학습한 ‘알파고 제로’는 40일 만에 알파고 마스터를 압도하는 성과를 보였다.
또 전통적으로 통계학에서 ‘경제성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으나, 모델의 복잡성을 극단적으로 높이면 오히려 예측력이 향상되는 ‘복잡성의 미덕’ 현상도 나타났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132개 주가 예측 지표를 트랜스포머로 직접 학습시킨 결과 기존 모델들을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했으며 모델의 크기를 키울수록 성과가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권 연구위원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으로, 관력성이 낮아보이는 데이터라도 잠재적 가치를 신중하게 판단해 수집해야 한다”며 “다양하고 많을수록 AI가 발견할 수 있는 패턴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컨퍼런스에서 이용재 UNIST 산업공악과 교수(왼쪽부터), 김홍곤 KB자산운용 AI 퀀트&다이렉트인덱싱 운용본부장,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정삼영 태재대학교 AI융합전략대학원 교수, 진정혁 미래에셋증권 AI사이언스팀장, Rishi Kapoor ASIFMA Executive Director가 토론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079_694943_3058.jpg)
현재 금융사에서 AI 도입의 최전방에 있는 관계자들은 인재와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UBS에서 에이전트형 AI 기술을 총괄하는 로착 아그라왈(Rochak Agrawal) 전무는 “에이전트형 AI를 도입할 때 인간 개입을 어디에 놓을지 고려해야 한다”며 “챗GPT 모델이 다양하지만 실제 모델 차이는 크지 않고 지금 단계에서는 어떠한 데이터를 제출하고,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이전트형 AI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며 “log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에이전트형 AI는 디지털 동료지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홍곤 KB자산운용 AI 퀀트&다이렉트인덱싱 운용본부장은 “AI 기술이 고도화돼도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융합형 인재의 창출이 없으면 발전하기 쉽지 않다”며 “설명 가능한 AI를 만들어서 블랙박스에 대한 의심 이런 것을 걷어야 하는 부분도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 분야의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망분리 클라우드 보안 규제 등이 강력해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업계가 함께 정부에 규제에 대한 완화를 요청해 AI 산업이 금융과 자본시장에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진정혁 미래에셋증권 AI사이언스팀장은 “현업에서 LLM 모델을 활용하면서 관련 규정을 찾거나 복잡한 조건 등을 산출하는 등 업무적으로 상당히 활용이 많아졌다”면서도 AI 거버넌스 수립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AI 거버넌스는 AI가 활동하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체계고 사용자와 공급자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체계라고 볼 수 있다”며 “기존 IT 시스템은 인풋을 넣으면 정해진 로직대로 아웃풋이 나왔지만, AI 서비스는 그런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고 회사 내에 확실한 AI 거버넌스 체계가 확립돼야만 가능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