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에 있는 전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 지점에 UBS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출처=연합뉴스]
스위스 로잔에 있는 전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 지점에 UBS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출처=연합뉴스]

UBS 그룹(UBS Group AG)이 아시아 지역의 급성장 중인 자산관리 시장에서 고객 자금의 출처를 보다 엄격히 검증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대규모 자금세탁 스캔들 이후 규제 당국과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객들로부터 더 구체적인 자금 출처 공개를 요구하는 등 내부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UBS는 현재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딜로이트(Deloitte)와 KPMG의 도움을 받아 고객 문서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자금세탁 등 불법 행위의 흔적이 있는지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UBS는 최근 각국 규제가 강화되자 더 엄격한 관리 체계를 도입했으며 일부 고객에게는 10년 이상 된 오래된 서류와 수기로 작성된 문서까지 추가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당국은 2023년 30억 싱가포르달러(약 2조3000억 원) 규모의 자금세탁 사건 이후 금융회사 전반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대폭 강화한 바 있다.

자산관리사들은 고객의 부(wealth)와 자금(funds) 출처를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UBS는 내부 준법감시팀뿐 아니라 외부 회계법인까지 동원해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UBS와 딜로이트는 공식 논평을 거부했으며, KPMG는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UBS 아시아태평양 대표 이크발 칸(Iqbal Khan)은 빠른 성장과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는 가운데, 잠재적으로 범죄성 자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철저한 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UBS는 2023년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이후, 과거 크레디트스위스가 운영하던 소규모 고객 계좌 수천 개를 폐쇄했다.

2023년 자금세탁 사건 이후 싱가포르의 국내외 은행들은 중국 출신이지만 다른 국적을 가진 고객들에 대한 심사도 강화하고 있다. 당시 싱가포르의 여러 주요 은행들이 자금세탁 연결 고리로 드러나면서, 금융권의 내부 통제 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올해 싱가포르 당국은 국내외 9개 금융회사에 총 2,750만 싱가포르달러(약 2,12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싱가포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세탁 사건과 관련된 제재였다.

이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 싱가포르 지점은 최고 금액인 580만 싱가포르달러(약 45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UBS와 씨티그룹(Citigroup)의 현지 법인도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UBS는 지난해 9월 프랑스에서 수년간 이어진 탈세 방조 사건을 종결했다. 프랑스 정부와의 합의에 따라 총 8억3500만 유로(약 9억7400만 달러)를 벌금과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했으며 이는 당초 부과액의 5분의 1 수준이다.

UBS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특히 싱가포르·홍콩 등 글로벌 금융허브에서의 자금세탁 방지 체계 강화는 UBS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업계 전반의 '뉴 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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