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출처=대한항공]
대한항공 [출처=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한 항공시장 독과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1, 2위 국적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독점 방지를 위한 구조적 조치를 명시했지만, 정작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수 노선에서 대한항공은 점유율을 확대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15일 항공업계 및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인천발 국제선 111개 노선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이 50% 이상인 노선은 단독 운항 노선을 제외하고도 22개에 달했다. 

특히 인천~뉴욕 JFK, 런던 히스로, 프라하 등 3개 노선은 두 항공사 외에는 운항사가 없어 점유율이 100%에 달했다. 이 외에도 인천발 라스베이거스, 시드니, 베이징, 하네다 등 19개 노선에서도 두 항공사의 점유율이 과반을 넘었다.

공정위는 지난 2022년 두 항공사의 결합을 승인하며 총 26개 노선을 구조적 조치 대상으로 지정하고, 해당 노선의 슬롯 및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 조치에 따라 오는 2034년까지 일부 노선의 운항권을 경쟁사에 양도해 독과점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독점 노선은 더 늘고 있었다. 일부는 공정위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의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로 인천~프라하 노선은 체코항공이 철수한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단독 운항하면서 사실상 독점 체제가 형성됐다. 이 노선은 현재 공정위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2027년 통합 대한항공이 공식 출범할 경우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제3국 항공사에 슬롯을 넘기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광저우, 치앙마이, 다롄, 하네다 등 4개 노선도 점유율이 50%를 넘었음에도 공정위 규제에서 빠져 있다. 

게다가 자회사까지 범위를 넓히면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진다. 실제로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포함한 전체 계열사의 점유율이 50% 이상인 국제노선은 단독 노선을 제외하고도 34개에 달한다.

인천~푸껫 노선은 코로나19 이후 티웨이항공 등 경쟁사가 철수하면서 현재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100%를 점유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중 슬롯과 운수권을 재분배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정위는 LCC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슬롯·운수권 재배분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풍선효과와 규제 회피로 인해 대한항공 계열사의 독점이 강화되고 있다. 인천~방콕 노선의 경우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포함한 한진그룹 계열사 점유율은 2019년 36.6%에서 2024년 52.8%로 상승한 반면, 제주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타 LCC 점유율은 34.7%에서 20.8%로 급감했다.

게다가 인천~괌 노선 역시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공급 좌석을 늘린 결과,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운항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지역 항공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 계열로 편입된 이후 국제노선 상당수가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이전됐다. 이에 따라 부산·경남 지역의 국제선 접근성이 떨어지고 지역 관광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정위 규제는 현실의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선 지정 기준을 계절, 지정학 상황 등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혁 의원은 “항공산업의 독과점 구조가 지역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정위의 규제 유효기간이 10년으로 설정된 만큼, 그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경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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