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B777-300ER[출처= 대한항공]
대한항공 B777-300ER[출처= 대한항공]

정부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에게 돌아온 것은 좁아진 좌석과 불투명한 마일리지 정책, 축소된 기내 서비스였다.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11월 한진칼에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공식화했다.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였지만,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항공산업의 구조 개편이 소비자 후생을 오히려 후퇴하게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마일리지 통합 “쓸데없다”는 냉소 확산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반려했다. [출처=연합]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반려했다. [출처=연합]

소비자의 불만은 마일리지 통합안에 집중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자사 제도에 통합하기 위한 안을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사용처 축소와 전환비율의 불명확성을 문제 삼아 보완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9월 중 수정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아시아나 고객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적립한 마일리지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보너스 항공권 노선이 제한적이고 유효기간 내 사용이 어려운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를 마일리지몰에서 물품 구매에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모아도 쓸데없다”는 냉소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마일리지 항공편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마일리지 항공권 발권 시 세금과 유류할증료를 별도로 현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마일리지 가치는 낮아지고 있으며, 통합 이후의 정책이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비자 후생은 어디에…‘좁아진 하늘길’

대한항공 ‘프리미엄석’ 좌석 예상 이미지 [출처=대한항공]
대한항공 ‘프리미엄석’ 좌석 예상 이미지 [출처=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최근 3000억원을 들여 보잉 777-300ER 항공기 개조해 프리미엄석을 도입하고 이코노미석을 고밀도 구조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코노미석은 기존 3-3-3 배열에서 3-4-3으로 바뀌고, 좌석 폭은 약 2.5cm 줄어들었다.

좌석 수를 늘려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지만, 소비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닭장 좌석’이라는 조롱과 함께 불만 여론이 커졌다. 이에 대한항공은 서둘러 프리미엄석 도입을 재검토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개조가 완료된 항공기 한 대는 9월 17일부터 싱가포르 노선에 투입된다.

기존 291석이던 해당 기종은 개조 후 328석으로 증가했고 일등석은 사라졌으며 프레스티지석은 줄었다. 프리미엄석 신설은 ‘서비스 강화’로 포장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코노미 이용자의 공간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공공자금이 투입된 통합 결과가 소비자 공간 침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기내 서비스는 후퇴…“소비자는 점점 더 외면받아”

[제공=대한항공]
[제공=대한항공]

기내 서비스 역시 후퇴했다. 대한항공은 8월 15일부터 장거리 이코노미 노선에서 컵라면 제공을 중단하고 대체 간식으로 변경했다. 착륙 전 기내 서비스 종료 시점도 40분 앞당겼다. 난기류 사고와 승무원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장시간 비행에서 컵라면은 소비자에게 ‘작지만 분명한 만족’으로 작용해왔다. 제공 중단은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체감 서비스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대한항공 승무원의 지각으로 인해 항공편이 지연된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달 16일 필리핀 세부발 인천행 KE616편은 현지 시간 새벽 1시 출발 예정이었으나, 승무원들의 지각으로 인해 1시간 30분 이상 지연됐다. 공항에서는 “연결 항공편 지연”이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현장 승객들은 승무원 도착 지연이 실제 원인이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베트남 하노이 출발 KE442편도 승무원의 지각으로 지연된 바 있다. 승무원들의 공항 도착이 늦어지면서 승객들은 예고 없는 대기를 감수해야 했다. 대한항공은 "불가항력에 따른 상황으로, 환승 연결편 영향 승객에게 대체편 제공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출처=ebn]
공정거래위원회[출처=ebn]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통합 결과는 좌석 공간 축소, 마일리지 사용처 축소, 기내 서비스 하향이라는 ‘3중 후퇴’로 나타났다”며 “수익성을 쫓는 대한항공의 정책 변화가 우선되고 당국의 조치가 따라붙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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