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542_695451_3212.jpg)
이억원 신임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다. 금융위원회 해체라는 전례 없는 조직개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업계가 함께 풀어야 할 현안은 생산적 금융, 가계부채 관리, 금융소비자 보호까지 광범위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첨단산업 투자 확대,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 현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첫 공식 일정이 금융지주 회장단 회동으로 잡힌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오후 2시 취임식을 마친 직후 3시부터 회장단을 만난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조직개편 변수에도 묵묵히 실무를 해온 금융위원회 내부 직원들을 다독여야 하는 과제도 떠안은 상황에서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만남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날 회동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담보 잡고 이자만 받는 전당포식 영업에서 벗어나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대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직후라서 금융지주들의 긴장감도 높은 편이다. 이 위원장이 대통령 메시지를 실행 단계로 끌어올리는 출발점이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금융지주 회장들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은행들이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만 해왔다는 국민적 비판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금산분리 규제로 은행의 벤처캐피털(CVC) 운용이 막혀 있다”며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행이 직접 운용사(GP)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벤처투자 규모가 몇 배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이번 회동에서 자본규제 완화, 신용평가제도 개선, 산업 맞춤형 금융 활성화 등 건의사항을 이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드뱅크, 제4인터넷전문은행 등 새 정부 들어서 은행권 과제가 산적해있는 상황이다. 장기 연체채권을 정리할 ‘배드뱅크’ 설립은 10월 출범 목표지만 업권별 분담금과 매입가율 협의조차 마무리되지 않았다. 캠코는 협회를 돌며 설명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 수장 인선 지연으로 속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 취임으로 배드뱅크 논의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4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출범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 3월 예비인가 신청을 받았지만, 예비인가 발표조차 못 하고 있다. 제4 인뱅 컨소시엄들은 금융감독원과 실무 작업을 한창 진행했지만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가계부채 관리도 더 강도높은 대책이 나올 수 있다. 금융위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도 시급하다. 금융위는 다음 달 '2단계 가상자산법'을 발표할 예정인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인가 요건이 핵심 쟁점이다. 글로벌 시장 흐름과 발맞추지 못하면 투자자 보호 공백과 제도 경쟁력 약화가 동시에 우려된다.
이번 회동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논의와 맞물려 소비자 보호 강화 요구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이미 홍콩 ELS 사태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불완전판매 차단을 위한 제재 강화가 현실화되면 은행권의 고위험 상품 판매와 마케팅 관행에 제약이 커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동시에 생산적 금융 전환을 주문한 상황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첫 만남은 정책 속도를 높이는 출발점”이라며 “다만 소비자 보호 기조 강화가 불가피해 은행권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