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후보자 [출처=연합 ]
이억원 후보자 [출처=연합 ]

금융위원회 해체를 앞두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공식 임명되면서 새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배드뱅크 설립, 가계부채 관리,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현안이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조직개편안을 둘러싼 혼란 수습이 당장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명 약 한 달 만인 지난 12일 임명됐다.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재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했다.

불과 일주일 전 정부가 금융위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직후라, 이 위원장은 출발선부터 ‘조직 개편’이라는 암초를 맞닥뜨리게 됐다.

일단 이 원장은 첫 공식 일정으로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난다. 이 위원장은 오는 1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만나 첨단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심으로 한 생산적 금융 확대를 당부할 예정이다. 상생금융과 금융소비자보호도 요구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 원장에게 주어진 당장의 큰 과제는 금융위 내부 혼란 수습이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의 핵심 기능인 국내 금융정책은 새로 신설되는 재정경제부로 이관된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돼 감독 기능만 맡게 되며,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은 분리돼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출범할 예정이다.

세종으로의 이동 인력, 조직 규모 등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국회 처리도 순탄치 않다. 여야가 한때 특검법안·조직개편안을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곧바로 파기되면서 입법 절차가 불투명해졌다.

이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은 천천히 해도 된다.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언급한 만큼, 개편안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금융위 설치법 외에도 은행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개별업법 개정이 남아 있어 후속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 외에도 무거운 과제가 쌓여 있다. 금융권의 장기 연체채권을 처리할 배드뱅크 설립 협약식은 당초 12일 예정이었으나 새 수장 인선 지연으로 연기됐다.

제4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발표도 3월 접수 이후 답보 상태다. 가계부채 관리와 생산적 금융 전환, 서민금융안정기금 운용 등도 새 위원장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이 대통령의 금융 공약인 서민금융안정기금은 이미 국무회의에서 직접 언급될 만큼 속도를 요구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사람 대출이 더 비싸다. 너무 잔인하다”며 금리 구조 개선을 지시했다.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 역시 시급하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2단계 가상자산법’을 발표할 예정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인가 요건 등이 핵심 쟁점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직개편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새 위원장이 리더십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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