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한상공회의소]](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609_696749_3432.jpg)
글로벌 2000대 기업 성장 속도 분석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보다 6.3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2000대 기업에 포함된 미국과 중국 기업이 크게 늘 동안 한국 기업들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세계 기업 생태계 속 우리나라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미국 경제지 포보스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글로벌 2천대기업의 변화로 본 한·미·중 기업 삼국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속한 미국 기업은 2015년 575개에서 올해 612개로 6.5% 증가했다. 중국은 10년간 52.7% 성장하며 신흥 강자를 대거 배출했다.
기업 생태계 매출 기준 성장률도 한국은 15%(1.5조→1.7조 달러)로 미국 63%(11.9조→19.5조 달러), 중국 95%(4조→7.8조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대한상의는 "중국은 신흥 강자를 배출하며 힘을 키웠고, 미국은 AI 등 첨단 IT를 활용한 빠른 산업 전환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엔비디아(매출 성장률 2787%), 유나이티드헬스(314%), 마이크로소프트(281%), CVS헬스(267%) 등 첨단 산업과 헬스케어 기업이 성장을 주도했다. 스톤X(금융상품 중개, 매출 1083억 달러), 테슬라(전기차, 957억 달러), 우버(차량 공유, 439억 달러) 등 신산업 분야 기업도 신규 진입했다.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블록 등 실리콘밸리·뉴욕·보스턴 기반 IT 기업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기업 생태계 속도를 높였다.
중국은 알리바바(이커머스, 1188%), BYD(전기차, 1098%), 텐센트홀딩스(온라인미디어·게임, 671%), BOE테크놀로지(디스플레이, 393%) 등 첨단 IT 기술 기업이 주도했다. 파워차이나(에너지, 849억 달러), 샤오미(전자제품, 509억 달러), 디디글로벌(차량 공유, 286억 달러), 디지털차이나그룹(IT서비스, 181억 달러) 등 에너지, 제조, IT 산업에서도 글로벌 2000 진입이 활발했다.
한국은 SK하이닉스(215%), KB금융그룹(162%), 하나금융그룹(106%), LG화학(67%) 등이 성장을 이끌었고, 신규 등재 기업은 삼성증권, 카카오뱅크, 키움증권, iM금융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등 금융업 중심이었다.
대한상의는 한국 기업 생태계가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부산대 김영주 교수 연구에 의하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갈 때 규제가 94개로 증가한다. 중견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넘어가면 343개까지 늘어난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 성장을 촉진하려면 메가샌드박스를 활용해 일정 지역·업종에서 규제 개선 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등 첨단 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 Zero 실험장’을 마련하고, 영국 ‘섹터 딜(Sector Deal)’처럼 투자 프로젝트를 선별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 규제는 사전 제한보다는 사후 처벌 방식으로, 기업 규모별 차등보다는 산업별 영향 평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AI 등 전략 산업은 '첨단전략산업법' 개정을 통해 규제 예외를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중소에서 중견으로 올라가는 비중은 연 0.04%, 중견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며 "미국과 중국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신인 기업이 빠르게 배출되도록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보고서를 시작으로 한국 기업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K-성장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