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주식시장 할인율 국제 비교와 코리아 프리미엄 과제’ 이슈브리핑에서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주식시장 할인율 국제 비교와 코리아 프리미엄 과제’ 이슈브리핑에서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한국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500선 돌파를 앞두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 “이제 정상화되고 있다”고 평가한 가운데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증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도 중요하지만 다른 국가 대비 높은 할인율과 낮은 실현수익률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주식시장 할인율 국제 비교와 코리아 프리미엄 과제’ 이슈브리핑에서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6~2024년 한국의 평균 할인율은 11.5%로 G7 평균 8.8%, 선진국 평균 8.9%, 신흥국 평균 10.9%, OECD 평균 9.3% 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할인율은 미래에 창출될 가치를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기준으로 투자자 관점에서는 요구수익률, 기업 관점에서는 자본을 조달할 때 감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자기자본 조달 비용으로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다. 미래의 불확실한 현금흐름을 평가하는 만큼 요구수익률은 무위험이자율에 위험 프리미엄을 더한 값이다.

현재 주식시장의 중요 평가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기업의 예상 수익성(ROE)에서 장기성장률을 뺀 값을 할인율에서 장기성장률을 뺀 값으로 나눈 것과 같다. 즉 ROE가 저하되면 PBR이 감소하지만, 할인율이 증가할 경우에도 PBR 감소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PBR은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이 이어져왔고, 이는 장기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예상 수익성도 둔화한 영향이 있다”면서도 “다른 국가 대비 높은 할인율이 장기간 이어져온 것도 장기 저평가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할인율)이 주요 국가 대비 높은 반면 주요 국가 대비 낮은 주주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평균 요구수익률이 11.5%인 동안 총주주수익률은 연평균 7.3%에 불과했다”며 “G7 평균 8.4%, 선진국 평균 8.4%, 신흥국 평균 13.6%, OECD 평균 9.4%였고 2015년부터 최근 10년간을 비교해도 한국만 총주주수익률과 할인율 격차가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할인율이 높더라도 총주주수익률이 같이 높으면 괜찮은데 한국은 기간에 상관없이 총주주수익률이 요구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하는 정도가 강하다”며 “장기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주식시장의 높은 할인율은 여러 요인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성, 주주환원, R&D 등 혁신 투자가 할인율 완화에 효과적이며 기업지배구조 및 제도적 기반과 투자자의 거래행태도 할인율 국제 격차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이다. 결국 상장기업의 할인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 투자를 통한 수익성·경쟁력 제고와 배당정책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주주보호를 위한 법·제도가 있는지 정량적인 평가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 잘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에 대한 정성적 지표는 굉장히 낮다”며 “할인율과 대조해보면 정량적 평가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정성적 평가는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잘 작동해야 할인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할인율을 낮추고 한국 주식시장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은 자본비용을 상회하는 성과를 내고 이를 거버넌스에 내재화 해야하며, 정부는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고 실효성 있는 주주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투자자의 태도 변화도 중요하다. 김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시장여건과 할인율의 관계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높은 할인율 요인 하나는 높은 거래 회전율”이라며 “단기투자 중심의 투자 성향이 할인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단기 매매 중심의 투자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자본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요인으로 합리적인 옵티미즘(긍정)과 트러스트(신뢰)”라며 “최근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은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시도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긍정 단계로 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상당 부문 미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고 아직까지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주주환원 정책 등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과세 체계가 바뀌어서 전문투자자, 기관투자자, 고액투자자 등이 건설적으로 장기 보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최근 다각적인 노력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의 할인율도 개선됐다. 현 시점 코스피 지수 주식시장 할인율은 2.2% 감소했다. 주요국 평균 할인율이 0.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적극적인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코스피 지수가 많이 오른 만큼 할인율이나 실현수익률 변동이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단기의 할인율 레벨 자체보다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국내 증시가 다른 나라와 얼마나 차이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 장기적으로 갭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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