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브리핑’에서 이승우 합동대응단장이 주가조작 사건 경위와 조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23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브리핑’에서 이승우 합동대응단장이 주가조작 사건 경위와 조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주가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및 신뢰 회복을 위해 꾸려진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출범 2개월도 안 돼 첫 성과를 거뒀다.

합동대응단을 통해 적발부터 조치까지 기한을 크게 단축시킨 데다 계좌 지급정지 조치로 대규모 자금을 동결하고 갑작스러운 주가 급락으로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브리핑’에서 이승우 합동대응단장은 “종합병원, 한의원, 대형학원 등을 원영하고 있는 명망 있는 재력가들과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임원,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등이 작년 초부터 주가조작을 지속적이고 지능적으로 실시해 적발·조치에 나섰다”며 “이날 오전 혐의자 7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합동대응단이 지난 7월 30일 한국거래소에 거점을 마련한 지 약 2개월 만에 나타난 성과다.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가 한 곳에 모여 빠른 결론을 낼 수 있었던 셈이다.

이 단장은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가 한 사무실에서 매일 협의를 진행하면서 기간을 단축했다”며 “이전에는 금감원에서 조사하고 금융위의 강제조사, 나아가 압수수색까지 하려면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1년여개월 걸릴 것을 올해 3월경 금감원이 기획조사에 착수한 이후 6개월여 만에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조사 속도에 대해서 이 단장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압수수색을 이제 했고 압수수색한 자료들을 분석해야 한다”며 “압수수색 단계부터는 형사절차에 맞춰 혐의자들의 입회하에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빨리 포렌식 과정을 거치기 위해 합동대응단이 직접 포렌식을 할 수 있도록 금융위에서 관련 장비를 거래소로 직접 가지고와서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합동대응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혐의자들은 코스피에 상장된 1개 종목을 집중적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대량 주식으로 매매를 주도하면서 수만회에 이르는 가장·통정매매 주문을 제출한 후 단기간 내 체결시키는 수법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혐의기간 중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세주문 조종을 제출하는 등 집요한 모습을 보였다. 혐의자들의 자금 흐름이나 인적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공모한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나 혐의자들 중 전력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시세 조종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 상황도 활용한 정황이 발견됐다. 해당 종목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는 공시가 된 상황이며 혐의자들 중에는 행동주의펀드 쪽에 관여했던 인물도 있는 만큼 관련해서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상장기업이 연루된 상황으로 보기 어렵지만, 합동대응단은 연루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단장은 “이번 사건으로 혐의자들은 23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고, 법적 부당이득 산정기준에 따르면 부당이득은 400억원에 달한다”며 “향후 과징금 최대 2배 부과 등은 현재 기준 4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단장은 계좌 지급정지로 일반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SG, 영풍제지 사건에서는 혐의자들이 계속 매도를 하면서 며칠간 하한가가 이어지는 피해가 발생했었지만, 해당 혐의자들의 계좌 내 1000억원이 넘는 규모를 동결하면서 아직까지 주가가 폭락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후 한국거래소를 직접 찾아 불공정거래 근절을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첫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향후 ‘원 스트라이크 아웃’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동대응단이 앞으로도 성과를 계속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갈수록 주가조작 수법이 고도화되고 치밀해지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주문 IP도 적극적으로 조작하려고 했고 자금도 세탁하려고 했던 정황이 보이는 등 수법이 고도화돼서 적발이 쉽지 않았다”며 “유사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고, 주가를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올리면 정상적인 범위로 보여 감시망에 잘 포착 안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이번에는 지급정지 대상 계좌에 자산이 많이 남아있어 실효성이 있었지만, 모든 사건들이 다 계좌에 자금이 남아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결국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동결 자산 규모가 이번처럼 큰 규모가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합동대응단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현재 5건의 사건을 조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이 가장 조사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발표됐고, 다른 한 건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대응단이 향후 모든 사건에 대해 진행상황을 공유할지 여부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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