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한국거래소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 현판식에서 권대영 금융위 증선위원장(가운데)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659_696805_4121.jpg)
정부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주가조작에 이용된 계좌를 최초로 지급정지에 나선 데다 불공정거래 행위자에게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조치가 본격적으로 첫 발을 뗐다는 평가다.
대규모 조직적 주가조작에 최초로 계좌 지급정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의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 주가를 조작해 시세차익만 230억원에 이르며 현재 보유 중인 주식도 1000억원 상당에 이르는 대규모 장기 시세 조종 사건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대규모 주가조작은 종합병원, 한의원, 대형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재력가들이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임원,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등 금융 전문가들과 공모해 이루어졌다.
혐의자들은 평소 일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정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법인자금, 금융회사 대출금 등을 동원해 1000억원 이상의 시세 조종 자금을 조달해 유통물량의 상당수를 확보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혐의자 매수 주문량이 시장 전체의 약 3분의 1에 달했다.
이후 고가매수, 허수매수, 시·종가관여 등 다양한 시세조종 수법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며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만들어 투자자를 유인했다.
![[출처= 금융위원회]](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659_696807_426.png)
구체적으로 혐의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대량 주식으로 매매를 주도하면서 수만회에 이르는 가장·통정매매 주문을 제출한 후 단기간 내 체결시키는 수법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혐의기간 중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는 등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지배했다.
또 이들은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해 수십 개의 계좌를 통해 분산 매매하고 자금흐름을 은폐했을 뿐 아니라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 상황을 활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혐의자들은 주가조작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도록 고도의 지능적인 전략을 사용하면서 실제로는 1년 9개월간 거의 매일 주가조작을 실행해 유통주식 수량 부족으로 거래량이 적은 해당 주식의 주가를 주가조작 전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상승시켰다.
이번 사건은 금감원의 시장감시 과정에서 최초로 포착돼 합동대응단에 이첩됐다. 합동대응단 참여기관들은 혐의자들이 조사 사실을 인지하고 보유 중인 주식을 매도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혐의 관련자들과 접촉을 배제하면서 매매자료 정밀 분석석과 자금거래, 공모관계를 추적했다. 금융위의 강제조사권도 활용해 혐의자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압수수색을 집행해 주가조작 범죄 중단과 주요 증거 확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주가조작을 통한 불법이익을 빠짐없이 환수하고 자본시장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혐의자들의 금융계좌에 대해 자본시장법에 도입된 지급정지 조치를 압수수색과 동시에 최초로 시행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명망 있는 사업가와 의료인, 금융 전문가 등 소위 엘리트 그룹이 공모한 지능적인 대형 주가조작 범죄를 진행 단계에서 중단시켜 범죄수익과 피해규모가 더 확산되기 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동대응단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 등을 기반으로 신속히 추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 등 행정제재를 적극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동대응단은 금번 사건 외에도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 불공정거래 사건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거래소의 밀착 감시를 통해 포착되는 중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주가 조작 세력이 우리 자본시장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정부이용 불공정거래 행위에 부당이득 2배 과징금 1호 부과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8일 제2차 임시회의에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금지를 위반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에게 사상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사건은 자본시장법 개정(2024년 1월 19일 시행) 이후 처음 적용된 과징금 제도로, 기존에는 형사처벌만 가능했던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해 최대 부당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이 부과 가능하도록 제도가 강화됐다.
과징금 제도는 장기간 소요되는 형사절차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불법 이득을 신속히 환수하고 주가 조작 유인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징금 부과는 금융당국과 검찰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증선위는 제12차 증선위 의결을 통해 우선 검찰에 통보함과 동시에 검찰과의 협의에 착수했고 이번에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하게 됐다.
과징금 대상자는 한 상장사 내부자로,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라는 호재성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뒤 배우자 명의 계좌로 주식을 약 1억2000만원 가량 매수해 약 243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제재 대상자가 초범이고 조사에 협조했고, 다른 불공정거래 사건 대비 상대적으로 부당이득 금액이 낮지만 증선위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한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법상 최대치인 부당이득 2배에 상당하는 486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과징금, 재산 동결, 금융상품 거래 제한 외에도, 지급정지, 임원 선임 제한 등 비금전 제재 수단도 본격적으로 도입된 만큼 다양한 제재를 시장 질서 유지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다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라며 “수사, 제재, 제도개선을 동시에 추진해 시장 질서를 회복하고 투자자 보호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